30. 통도사 남봉 화상의 부모 천도
이 이야기는 이씨 왕조 제25대 철종 7년 병진년(서기 1856년), 지금으로부터 약 163년 전 경상남도 양산군 영축산 통도사(通度寺)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전해진다.
남봉화상은 어렸을 때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유리걸식하며 살다가, 어느 해 설에 통도사에 와서 섣달 그믐날을 맞게 되었다.
그때 신방(절 머슴이 머무는 방)에서 머물고 있던 걸식하는 아이들 중 한 아이가 얻은 밥을 가지고 헛간으로 들어갔다.
어느 스님(이름은 알 수 없음)이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몰래 엿보니, 한쪽 구석에 밥상을 놓고 아이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아버지, 어머니, 오늘은 일 년 중 가장 큰 명절로 해가 바뀌는 날인데, 불효한 자식이 가난하여 아직 걸식 생활을 하고 있어 선영에 제사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짐작하시고 얻은 밥이라도 잘 음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절을 올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스님은 감동하여 “아, 참 기특한 놈이다.
앞으로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리라.”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 아이를 불러 전후 사정을 물은 뒤 “얘야, 그렇게 다니지 말고 내 상좌가 되어라.”
하여 상좌로 삼고 글도 가르쳤다.
그리하여 그 아이는 훗날 남봉화상이라는 훌륭한 스님이 되었다.
이 일은 바로 기해년, 철종 7년 병진년, 지금으로부터 163년 전의 일이다.
남봉화상은 항상 부모님을 모셔보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기며,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혼이라도 편안하시기를 기원하여 통도사 상노전에서 일심정력으로 축원을 올리고 부모 천도를 서원하였다.
또한 법화경을 정성껏 사경하여 수개월 만에 완성하고 회향불공까지 올렸다.
그날 밤, 남봉화상의 꿈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나타나 말씀하시기를, “네가 법화경을 사경한 공덕으로 우리가 모두 극락으로 왕생한다.
우리 자취를 알고 싶거든 언양군 삼동골 네 매가에 가서 살펴보라.”
하셨다.
꿈에서 깬 남봉화상은 이튿날 삼동골 매가에 가보니, 과연 매가에서 먹이던 농우가 어젯밤에 죽었고, 이웃집 농우 암소도 죽어 있었다.
이에 남봉화상은 분명히 그 소들이 자기 부모님의 후신임을 확신하고 소 무덤에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을축년(1925년)에 해인사 벽운화상께서 목도하였다고 전해지며, 벽담 스님께서 어릴 적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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