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버스 사고에서 다친 데 없이 털고 일어난 노스님
이 이야기는 47년 전 성북동 정법사에서 석산 스님께 들은 이야기이다.
지금으로부터 92년 전, 2019년을 기준으로 서울시 성북구 돈암동 보현사 주지 조자현(趙慈賢) 노 비구니 스님은 팔십 세가 넘은 고령의 노스님이셨다.
92년 전 어느 날, 아침 만원 버스를 타고 어떤 신도 집을 방문하시던 중 서울대학교 앞에서 버스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 비구니 스님도 서 있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장정들이 노스님을 짓밟고 차창을 부수며 뛰어내리는 소동이 벌어졌다.
구두와 발길이 노장님의 허리, 배, 머리, 어깻죽지 등 가릴 것 없이 마구 밟고 넘어갔다.
그 와중에 깨진 유리창 파편이 튀어 올라 손과 얼굴에 상처를 입은 사람도 많았다.
비구니 노장님은 이 찰나에도 “아이고, 관세음보살님, 어떻게 늙은 몸을 못 죽여서 밟혀 죽게 합니까.”라며 관세음보살님을 원망하면서도 입으로는 쉴 새 없이 관세음보살님을 열심히 부르고 계셨다.
이 사고로 사망자는 없었으나 중경상자가 50여 명이나 발생했다.
경찰과 병원 앰뷸런스가 도착해 모두 차에 싣고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노장님도 함께 실려 갔다.
그래서 자신도 중상을 입은 줄로 알았다.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유리 파편에 손과 얼굴에 상처를 입었고, 나가면서 노장님의 법복에 피를 흘려 상한 사람보다 노스님이 더 많은 피를 흘린 것 같아 다리나 팔이 부러진 줄로 생각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아이구, 저 스님도 중상을 입었네!”
하고 고함을 치는 바람에 자기 몸도 매우 상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몸을 움직여 보니 아픈 곳이 전혀 없었다.
옷을 벗고 몸을 살펴보아도 한 군데도 다친 곳이 없었다.
법복에 묻은 피는 남의 피였던 것이다.
의사가 진찰해도 역시 다친 곳이 없었다.
욕심이 많은 노장님이었다면 생떼를 부리며 치료비라도 받았겠지만, 금전에 청렴한 노스님이셨기에 보현사에 연락하여 갈아 입을 승복만 가져오라고 하셨다.
상좌들이 울며불며 승복을 가져오자 “얘들아, 부끄럽다.
울지 마라. 피만 많이 묻었을 뿐 한 군데도 상한 곳은 없다.”며 옷을 갈아입고 택시를 타고 절로 돌아가셨다.
절에 돌아와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은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노장님은 입산 후 30년 동안 관음기도와 관음주력만 하며 지내오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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