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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청주 수도원의 벽산 스님께 들은 이야기이다.


20. 청공화상의 사찰 사수(寺刹死守)  


 충청북도 보은 속리산 법주사에는 청공(晴空) 화상이라는 스님이 계셨다. 
학력과 계행은 뛰어나지 않았으나, 담대하고 절을 위하는 마음이 지극하였다. 
이씨 조선 말기에 일본의 강압으로 5조약, 7조약이 체결되어 우리나라 군대가 해산되고 일본과 합방이 이루어지자, 여기저기서 민간인들이 의병대를 조직하여 일본군과 싸우게 되어 국내 각처에서 전투가 심하였다.  
 
 이때 스님들도 의병으로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강원도 간성 건봉사의 일봉 스님 같은 이는 당시 저명한 대강사였지만 의병 대장이 되어 일본군과 싸우다가 하속(下俗)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그 스님을 ‘일봉속’이라고 불렀다.  
 이때 속리산 법주사는 외진 곳이어서 의병도 많이 왕래하였고, 소위 ‘토벌대’라 불리는 일본군도 자주 출입하였다. 
어느 날 일본군이 와서 법주사는 의병의 소굴이니 법당과 요사채를 모두 불태우려 하였다.  
 100여 명의 스님들이 모두 도망가고 없었으나, 청공 화상은 홀로 지키며 불을 지르는 것을 막고 “나부터 먼저 죽이고 불을 놓으라”고 하면서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과 함께 타 죽겠다고 버텼다. 
그리하여 화재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과연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으로 목숨을 걸고 가람(伽藍)을 사수한 스님이라 할 만하다.  
 잊혀져 가는 듯하여 청공 화상 이야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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