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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벽산 스님께 들은 이야기이다.

22. 서진하 스님의 축귀(徐震 河和尙의 逐鬼)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에는 옛날부터 인물이 예쁘게 생긴 젊은 스님이 있으면 자기 명에 죽지 못하고 귀신이 잡아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런 이야기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하다 하여,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 매년 귀신을 달래는 위령제와 연극까지 열려 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옛날 궁중에 있던 젊은 여관(女官)인 나인 한 사람이 법주사로 나라 상감님을 위한 기도를 하러 왔다가, 어떤 미남의 젊은 스님을 보고 매혹되어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에게 스님 노릇을 그만두고 퇴속하여 함께 살자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그 스님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라며 단호히 거절하였다. 
이에 그 나인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결하여 죽었으며, 원혼이 되어 법주사에 잘난 스님만 들어오면 폐병 같은 병이 들어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희생당한 스님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90여 년 전, 서진하(徐震河)라는 스님이 금강산 신계사(金剛山 神溪寺)에서 강사(講師)로 계시다가 속리산으로 오셔서 머물게 되었다. 
그 스님도 미남이었다. 
어느 날 밤, 한 아름다운 여자가 비몽사몽간에 품에 안기며 “스님, 나를 좀 살려주십시오.”라고 하더니, 그 길로 서진하 스님은 병에 걸려 몸이 나무 마르듯 야위고 입맛이 떨어지며 기침과 각혈을 하게 되었다.  
 서진하 스님은 강사로서 한국에서 제일 인자라는 평을 받았고, 더구나 화엄법사(華嚴法師)로도 유명한 분이었다. 
그런 그가 병에 걸리니 매우 창피한 일이었다. 
스님은 이것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법주사에 전래된 여귀신의 소행이라는 말을 듣고 구병시식을 해보았으나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몸이 몹시 괴로웠지만 억지로 참고, 대웅보전 법당에 들어가 삼칠일(21일) 동안 불철주야로 대비주(大悲呪)와 항마주(降魔呪)를 외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인이 비몽사몽간에 나타나 말하였다. 
“내가 이 절에 와서 실의(失意)한 뒤로 앙갚음을 하기 위하여 얌전하고 잘났다는 젊은 스님들을 수없이 데려갔는데, 스님처럼 지독한 스님은 처음 보았소. 나는 화엄신장에게 쫓겨났으니, 그리하시고 나를 위하여 천도재를 스님께서 직접 좀 지내주시오. 그러면 내가 스님들을 죽게 한 죄가 소멸될 것이오.”   
그 뒤로 서진하 스님은 그 여인의 천도재를 잘 지내주었고, 스님도 쾌차하였으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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