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이를 낳아 길렀다
1913년 계축년, 지금(2019년)으로부터 약 107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후 이 이야기는 일본에 있던 한국 불교 유학생들의 기관지인 『금강저(金剛杵)』에 실린 실화이다.
일본 어디인지는 잊었으나, 어느 백화점에서 저녁에 금궤(金櫃)를 열어보니 웬 가랑잎(木葉) 하나가 들어 있었다.
금궤 속에 이것이 어찌 들어갔냐며 내버렸더니, 그 다음 날도 또 그랬고, 사흘째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점은 석양 무렵 날이 어두워지면, 30세쯤 되어 보이는 소복을 입은 여자가 와서 엿을 사간다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그런 일이 계속되었는데, 그 여자의 소행인 듯 의심하게 되었다.
그날 석양에도 그 여자가 와서 엿을 사갔다.
여섯째 날에도 한결같이 매일 그 시간에 와서 엿을 사가는 것이었다.
그 여인이 주는 돈을 따로 보관해 두었더니, 이튿날 보니 그 돈이 가랑잎이었다.
이상한 일이라 생각하여 다음 날 젊은 장정 몇 사람을 데리고 멀리서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산골에 있는 공동묘지로 가더니, 거기서 종적이 없어졌다.
근처를 살펴보다가 어디선가 어린아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장소를 찾아가 보니 묘 속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묘에는 여우가 파놓은 것처럼 조그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묘 속에서 웬 아이 소리일까? 묘 앞에는 죽은 사람의 주소, 성명, 매장 년월일이 적혀 있었다.
다음 날 묘의 임자에게 이 사연을 알렸더니, 불이야 불이야 하며 쫓아와서 묘를 파보았다.
죽은 임신부가 아이를 낳아 엿을 먹여 기르고 있는 판이었다.
어린아이 입가에는 엿물이 녹아 흘러 있었다.
이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사실이다.
이유를 들어보니, 그 부인은 임신 만삭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병으로 급사한 임신부라고 한다.
(大明不能罷長夜之昏 慈母不能保身后之子)
태양이 밝다 해도 깊은 밤의 어둠은 깨뜨리지 못하고,
어머니가 아무리 자식을 사랑해도 죽은 뒤에는 자식을 돌볼 수 없다고 하였지만,
이 죽은 산모는 죽어서도 그 영혼이 엿을 먹여 자식을 살렸다.
이것이 부모의 자정(慈情)이며 보살의 자비이다.
이 아기를 엿 먹여 살렸다고 하여 ‘아메고(飴子)’라 이름했다고 한다.
0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