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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천하에 몹쓸 사람도 지극한 기도의 힘으로 구원받다.


  
 이씨 조선 세조는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등극한 후, 형수이자 문종 왕후인 현덕왕후 권 씨가 몽중에 나타나 이렇게 외쳤다. 
“야! 이 더러운 놈아, 임금이 무엇이길래 어린 조카를 몰아내어 죽게 하느냐!”  
하면서 얼굴에 침을 뱉었다. 
그 이후부터 세조는 온몸에 만신창이가 생겨 큰 고통을 겪으며 고생하였다.  
등극한 지 9년째 되던 해, 세조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의 영험한 도량인 오대산 상원사에서 한여름을 보내며 기도했다고 전해진다. 
무더운 어느 날, 시중을 모두 물리치고 홀로 시냇물을 찾아 더러운 부스럼을 씻고 있었다. 
등에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있어 답답해하던 차에, 어디선가 어린 동승이 나타나 산딸기를 따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세조가 “등에 손이 닿지 않아 그러니 내 등에 물을 끼얹고 좀 문질러 줄 수 없겠는가?”  
하고 물었다.  
동승은 선뜻 응하여 발을 벗고 물을 철벅거리며 걸어와 소매를 걷고 등에 물을 끼얹으며 시원스럽게 등을 문질러 주었다. 
세조는 그 동승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내일 사시 공양 후에 다시 만나자”고 간청하였다. 
동승은 “이제는 괜찮을 터이니 아무 걱정 마십시오.”라고 답했다. 
세조가 “그렇다면 혹시 다른 사람을 만나더라도 상감의 육체를 만졌다고 이야기하지 말아라.”  
하고 당부하자, 동승은 웃으며 “염려 마십시오. 오히려 상감께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누구에게도 말씀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 세조의 만신창이는 씻은 듯이 나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세조는 불모를 불러 홀연히 나타났던 문수동자의 모습을 조성하여 상원사에 봉안하였다. 
지금도 오대산 상원사에 모셔져 있는 문수동자상은 그 당시 조성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오대산 상원사 문수보살 조성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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