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해씨 혼이 왕씨의 몸에 들어가다
중국 길림성 만국도덕회 길림 지회장 해인박(解仁撲) 씨의 아들 해진원(解辰元, 20세)은 비 오는 날 변소에 갔다가 지붕에서 기와장이 떨어져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부모와 온 가족은 슬픔에 잠겨 통곡하였으나, 죽은 자는 불가불생(不可不生)이라 하여 초상을 치렀다.
집에서는 진원이가 죽었다고 장사를 지냈는데, 웬일인지 진원이는 마치 자다가 깬 듯 눈을 뜨고 보니 곁에는 절세미인이 앉아 있었고, 방 안의 장식과 둘러앉은 사람들을 살펴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그 미인에게 “여기가 어디이며 당신은 누구시오?”
하고 물었더니, 미인은 “우리 집이 아니오. 왜 그런 헛소리를 하시오?”라고 하였다.
“참, 날더러 헛소리 한다고? 당신은 대체 누구시오? 나를 모르겠소?”
하니, “자기 마누라를 몰라요?”라며 이상하게 여겼다.
분명히 이 집은 우리 집이 아니고, 당신은 알 수 없는 사람인데 벽에 걸린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도 자신이 아니었다.
‘내가 저승에 온 것인가? 꿈을 꾸고 있는가?’ 정신이 어리둥절하였다.
미인은 “당신이 오래 아팠는데 요사이 며칠 동안 숨이 가빠서 왔다 갔다 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던 중, 아까도 죽었다가 이제 막 살아났습니다.”라고 하였다.
“나는 아파서 누운 적도 없는데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대관절 이 집 주인 성이 무엇이며, 이 집은 어디냐?”고 물으니 “이 집은 왕대석이라는 당신 집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래요, 나는 해진원이라는 사람입니다.
우리 집 주소는 아무데라고 분명히 이야기하니, 왕 씨 집에서는 아들이 되살아났다는 기쁨은 온데간데없고, 알 수 없는 큰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벌어졌다.
마음이 뒤숭숭한 가운데 진원의 말대로 그 주소를 찾아갔더니, 과연 해인박(解仁撲)이라는 사람의 아들 진원이란 청년의 집이 있었고, 삼일 전에 죽어 초상까지 치렀다고 한다.
이 사실과 경과를 쭉 이야기하니 “그러면 가서 보자.”
하며 따라갔다.
삽작문에 들어서니 알 수 없는 사람이 “아버지, 어머니 오십니까?”
하고 반갑게 인사하는데, 말소리는 진원이의 말소리였다.
왕 씨가 볼 때는 분명히 자기 아들이었으나, 해 씨를 보고 부모라고 하니 이 부사의 대사건을 누가 해결할 것인가? 해 씨의 가정사와 여러 가지 사정을 물어보면 분명히 아는데, 왕 씨 집 일을 물어보면 전혀 모른다.
이것은 해 씨의 죽은 혼이 왕 씨의 시체에 들어가 되살아난 것이다.
그래서 해 씨 측은 데리고 가려고 주장하고, 왕 씨 측은 눈에 보이는 자식이 자기 아들이니 못 보내겠다고 주장하다가, 왕 씨와 해 씨 모두 나이가 비슷하고 자식이 없으니 한 집으로 합가하여 형제의 의를 맺고, 진원이는 그 미인과 부부가 되어 살게 되었다는 신기한 사실이 조선일보에 보도된 것을 초록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서병제 스님에게 직접 들은 것이다.
이 글은 1923년 8월 6일 조선일보에 <該氏의 靈魂이 王氏의 死體에 誤入還生>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에서 발췌하였다.
0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