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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설악산 오세암(雪嶽山 五歲庵)의 관세음보살 영험담  


 강원도 인제군 설악산에 위치한 오세암(雪嶽山 五歲庵)은 신라 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절이다. 
백담사에서 약 20리쯤 올라가면, 옛날 관음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설악산 오세암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언제가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절에 설정스님이라는 분이 두 살 된 조카아이를 데려와 기르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부모가 모두 없었으며, 스님은 아이에게 ‘봉’이라는 이름을 지어 불렀다. 
스님은 항상 탁자 위에 놓인 관세음보살상(觀世音菩薩像)을 가리키며 아이에게 ‘어머니’라고 부르게 하였다. 
가끔 젖 대신 꿀물을 타서 먹이기도 하며 봉이를 정성껏 돌보았다. 
어린 봉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관세음보살상을 보고 ‘어머니’라고 생각하며 중얼거리며 놀았다.  
어느 해 네 살이 되던 이른 겨울, 겨울 양식을 눈이 오기 전에 구해 오려고 설정대사는 밥을 조금 지어 방에 두고 아이에게 “아가야, 배가 고프면 이것을 먹고 저 어머니와 같이 놀아라. 나는 저 마을에 내려가서 양식을 구해 올 테니 어머니와 놀아라.”라고 말한 뒤 절을 떠났다. 
네 살 된 어린 아이를 절에 두고 떠나는 설정대사의 마음은 얼마나 애처로웠을까. 그러나 먹고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설정대사는 늘목령(底項嶺)을 넘어 신흥사 밑 정고(停庫)로 가서 양식을 구해 절로 돌아오던 중, 갑작스러운 대설이 내려 절로 올라갈 수 없게 되었다. 
가려고 해도 갈 수 없고, 돌아가자니 어린 봉이가 걱정되어 가슴이 터질 듯 괴로웠다. 
마을 사람들도 어린 봉이가 불쌍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며 눈이 녹기를 기다리라고 만류했다. 
그러나 눈은 계속 쌓여만 갔다.  
설정대사는 한숨을 짓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오갈 수 없음을 절감했다. 
그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우리 봉이를 살려 달라고 염불과 기도를 한마음으로 올릴 뿐이었다. 
그렇게 겨울 눈은 겹겹이 쌓였고, 결국 이듬해 봄이 되어 겨우 눈을 헤치고 절 문 앞에 도착했다. 
죽은 봉이라도 보고 싶어 죽을 힘을 다해 도착한 곳에서, 그는 봉이를 부르며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봉이는 큰방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나와 “스님, 왜 이제 오셨어요?”  
하고 쫓아와 스님을 안으며 반가워했다. 
스님은 “야야, 봉이야, 네가 정말 봉이냐, 죽은 귀신이냐!”  
하며 엉엉 울었다. 
봉이는 “스님, 울지 마세요. 귀신이 뭐예요?”  
하고 중얼거렸다. 
방에 들어가 보니 죽은 줄 알았던 봉이가 살아 있었다. 
봉이는 “어머니가 밥도 주고 불도 때 주고 해서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글도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탁자 위에 놓인 글의 뜻까지 모두 이해하고 참선하는 화두까지 통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봉이는 ‘오세조사(五歲祖師)’라 불리게 되었고, 관음사는 ‘오세암’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오세암 사적기에 전해 내려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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