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백학의 보은
황해도 장연군 학림사(長淵郡 鶴林寺)라는 절 옆에 큰 느티나무 가지에 학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먹이를 물어다 기르고 있었다.
그 절을 부목하는 사람이 나무 밑에 앉아 쉬면서 쳐다보니, 구렁이라는 놈이 나무에 올라가 학의 새끼를 잡아먹었다.
어미 학이 날아와 애타는 듯 발악하는 모습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엾어 보였고, 구렁이의 흉측한 모습이 몹시 괘씸하게 느껴져 “이 몹쓸 것!”
하며 활을 만들어 쏘았다.
탕! 하고 쏜 화살이 구렁이의 배를 꿰뚫어 땅에 떨어져 죽었다.
죽은 구렁이를 한쪽에 버려두었더니 얼마 후 그 자리에서 냄새 좋은 버섯이 났다.
공양주하는 사람이 냄새 좋은 버섯만 생각하고 따다가 국을 끓여 절 안 대중들이 맛있게 먹었으나, 모두 괜찮은데 오직 부목하는 김춘(金春)이라는 사람만 식중독 증세처럼 배가 아파 견딜 수 없었다.
약을 사다 먹이고 치료해도 나아지지 않고,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이 누렇게 변하고 항상 배가 아파 오래 고생했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나중에는 배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 오래 끌자, 모두가 이제 죽을 병을 앓고 있으니 죽을 날만 기다린다며 대중 스님들은 불쌍히 여겨 동정과 위로만 할 뿐이었다.
어느 날 늦은 여름철 따뜻한 햇볕이 생각나 그는 느티나무 밑 양지에 누워 배를 만지다가 슬그머니 잠이 들었다.
그때 무엇인가가 배를 꼭꼭 자근자근 주둥이로 쫓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배가 시원하며 숨이 푹 내쉬어졌다.
너무 시원해 가만히 눈을 감고 누워 있다가 눈을 떠 보니, 학이 옆에 와서 긴 목을 쑥 빼고 배를 자근자근 주둥이로 쫓고 있었다.
그대로 가만히 있자 한참 동안 그러다가 훨훨 날아가 버렸다.
그날 밤을 지나 이튿날 아침, 배가 쭈글쭈글 쪼그라들고 뒤가 매끄러워 변소에 가서 대변을 보았더니 구렁이 새끼가 많이 나왔다.
배가 푹 꺼지자 마치 씻은 듯이 아픈 배가 나았다.
이것이 구렁이 죽인 보복으로 인한 배앓이였고, 학이 원수를 갚아준 보은이었다.
그래서 이 절을 ‘학림사(鶴林寺)’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이 절 사적비에 전해지고 있다.
『조선사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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