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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남편의 감화로 효부가 된 며느리 


 경북 영천군(현재 영천시) 임고면에는 각성(覺性)의 집성촌이 많다. 
그중 경주 김씨 집성촌에 어떤 젊은 부부가 편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시어머니의 성질이 괴팍하여 좀처럼 뜻을 맞추기 어려웠고, 며느리 역시 포악하여 집안에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웃 사람들까지도 그 집안을 꺼리게 되었다.  
남편은 부인을 설득할 수 없어 조용히 불러 말했다.  
“여보, 가난한 살림에 어머니까지 성질이 괴팍하여 항상 집안에 된소리가 끊이지 않고, 우리가 단란하게 살아야 할 나이에 이렇게 된 것이 참으로 미안하오. 동네 사람들 보기에도 부끄럽소. 그러니 당신이 20일 동안만 어머니 하자는 대로 마음을 맞추고, 음식도 입에 맞게 성의껏 해 드리면, 이웃 사람들도 괴팍한 시어머니에게 효성스럽게 잘 모신다는 소문이 날 것이오. 그 후 20일이 지나면 어머니를 살짝 업어 동네 앞 연못에 넣어 버립시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도 며느리의 효행에 자신이 부끄러워 자살했다고 인정할 것이오. 그리고 나서 우리가 단란하게 잘 살아봅시다.”   
부인은 시어머니가 미웠던 만큼 “그렇게 합시다.”  
하고 10일 동안 효행을 계속했다. 
그러자 시어머니도 부드러운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집안이 화목해져 된소리가 끊겼다. 
동네 사람들도 그 집 며느리가 참으로 얌전하고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라며 모두 칭찬이 자자해졌다.  
20일이 지나자 집안이 화목해지고 부부 사이도 단란해져 참으로 사랑이 넘치는 새로운 가정이 이루어졌다. 
이 소문은 동네뿐 아니라 이웃 동리까지 퍼져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모범으로 칭찬받았다.  
그러나 남편은 모른 척하며 20일, 또 20일, 그렇게 두 달, 60일이 지난 뒤 조용히 부인을 불러 말했다.  
“여보, 참으로 미안하오. 나도 남의 자식으로서 어머니를 업어 물에 넣을 수 없었소. 20일 약속이 60일이 되었으니 오늘 저녁에는 약속대로 어머니를 업어 연못에 넣읍시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저렇게 좋은 시어머니를 연못에 넣는다는 것은 남의 자식으로서 말도 안 되는 잘못입니다. 
이렇게 화목한 가정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면 불행이 어디 있으며, 우리의 죄를 어디에서 사죄하겠습니까?”   
남편은 정색하며 말했다.  
“여보, 참으로 나를 용서하오. ‘내가 좋으면 나쁜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좋고 나쁜 것이 모두 내게 있는 것이오. 이전에 구설이 분분했던 것은 어머니의 허물도 없지 않았지만, 당신의 효행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오. 오늘 이렇게 한 집안이 화목하게 된 것은 순전히 당신의 효행 덕분이오. 이제 당신이 한 말을 평생 잊지 말고 계속해 주시오.”   
사실 남편은 어머니를 연못에 넣는 데 찬성하면 부인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곳으로 보내버릴 생각이었으나, 부인이 마음 곱게 말하니 고마웠다.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진실한 효행의 모범 며느리가 되었다고 한다.  


영천에서 들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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