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청용사 김 총각은 대망이의 후신이다.
합천 해인사의 이고경 스님께서 서울 중앙학림에서 교수로 계시던 시절, 즉 기미년(1919년) 독립만세를 부르던 때의 일이다.
어느 해 여름방학에 안성 청룡사 내원에 계신 용허 스님을 뵈러 청룡사에 갔다가, 용허 스님과 대청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절 부목으로 있는 20세 가량 되는, 소위 ‘김 총각’이라는 사람이 뜰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용허 스님께서 그 김 총각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놈이 이상한 놈이올시다.
저놈 어머니가 저놈을 낳고 뱀을 낳았다고 소문이 굉장하였답니다.
수족과 면상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뱀 비늘로 되어 있소. 이리 오래서 한번 보시지요.”
그리고 “야, 이리 오너라.”
하니 김 총각은 빙그레 웃으며 앞으로 와서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팔뚝과 배, 온몸을 훑어보니 과연 뱀 비늘로 되어 있었다.
용허 스님께 그 이유를 물으니, 그 어머니가 어느 여름날 나물을 삶아 건진 뒤 끓는 물을 퍼다가 울타리 밑에다 쏟아버렸는데, 큰 대망이가 그 물에 데어 죽었다고 한다.
그 달부터 태기가 있어 만삭이 되어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바로 저 김 총각이었다.
뱀이 태어났는지 어찌된 셈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온몸이 저렇게 되었다고 한다.
하여간 생명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될 일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 “왜 저렇게 징한 사람을 머슴으로 두었습니까?”
하고 묻자, “행여나 부처님과 인연을 맺고 해탈도를 얻게 할까 해서 머슴으로 둔 것입니다.”라고 하셨다.
이에 이고경 스님께서 용허 스님에게 그 어머니를 함께 절에 데려다 천일 동안이라도 참회 기도를 하고 구렁이 천도재를 잘 한번 모셔보라고 권유하였다는 이야기를, 산승의 젊은 시절 임환경 스님에게 직접 들은 적이 있다.
해인사 이고경 스님과 용허 스님이 나눈 대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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