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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 우리말
 


1
하늘이 드높기에 해와 달이 빛나고, 땅이 두텁게 받쳐주니 초목이 자란다. 
떠오른 달, 하늘이 눈을 뜬 것이요, 높은 산, 땅이 머리를 든 것이다.

2
동서는 몇 만리일까? 남북은 잴 수가 없어라. 
하늘은 서북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땅은 동남쪽으로 낮아진다.
 
3
봄이 오니 배꽃이 희게 피고, 여름이 되니 숲이 푸르구나. 
가을이 서늘하니 노란 국화 만발하고, 겨울이 차가우니 흰 눈이 날리는구나. 

4
해와 달은 천년을 이어온 거울이요, 강산은 만고의 병풍이구나. 
동과 서는 해와 달이 〔나고 드는〕 문이요, 남과 북은 기러기 떼 〔오고 가는〕 길이라.


봄이 되니 사방의 저수지마다 물이 가득하고, 여름되니 기이한 봉우리에 구름이 허다하구나.
가을에 뜨는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겨울 산봉우리 외로운 소나무 수려하구나.


해와 달, 새장 속 새요, 하늘과 땅, 물 위에 뜬 부평초라. 
흰 구름, 산 위에 솟은 일산이요, 밝은 달, 물속의 구슬이라네.
 
7
달이 우주를 밝히고, 바람이 강산을 두드린다.
달은 자루 없는 부채가 되고, 별은 끈 떨어진 구슬이 된다.


구름은 겹겹이 천 층의 봉우리가 되고,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가 되는구나. 
가을 낙엽 상강 전에 떨어지고, 봄 꽃은 봄비가 내린 뒤에 붉어진다.

 9 
봄은 사계절의 처음이 되고,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 된다. 
수화목금토는 오행五行이 되고, 인의예지신은 오상五이 된다. 
 
10 
하늘과 땅과 사람은 세 가지 근본바탕이다.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한 몸이다. 
하늘과 땅은 부모가 되고, 해와 달은 형제와 같다.
 
11 
부부는 두 성씨가 만난 것이고, 형제는 하나의 기운으로 이어졌다.
부모는 자애롭고 자식은 효도해야 하고, 형은 우애하고 아우도 공손해야 한다.
 
12 
부모님 천 년을 장수하시고, 자손들 만대에도 영화롭기를. 
백성은 임금을 사랑하며 법도가 태평하기를 바라고, 임금은 나라를 걱정하며 해마다 풍년이기를 원한다.

13 
아내가 어질면 남편에게 사고가 적고,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 마음 너그럽다.
자식이 효도하면 부모님 모두 편안하고,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이루어진다.
 
14 
집 그리워 맑은 밤 서성이고, 아우 떠올리며 흰 구름뜬 대낮에 졸고있구나.
집이 가난하면 현명한 아내가 생각나고, 나라가 혼란하면 어진 재상이 생각난다.
 
15 
푸른 대나무, 〔꺽이지 않는〕 군자의 절개이고, 푸른 소나무, 〔변하지 않는〕 장부의 마음이구나. 
사람의 마음이란 아침저녁으로 변하는데, 산색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구나.
 
16 
강산은 옛부터 만고의 주인이니, 대단한 인물도 백년 머무르는 손님일 뿐. 
세상만사 삼 척 거문고에 실어보내고, 한 평생을 한 잔 술로 달랜다.
 
17 
산은 고요하니 태고처럼 적막하고, 해는 길어서 소년처럼 태평하다. 
고요한 가운데 하늘과 땅의 광대함을 알고, 한가한 가운데 세월의 길고 긺을 아는구나.

18 
밭 고르며 묻어두는 봄빛이라. 물 길으며 건져낸 달빛 한웅큼!
서쪽 정자에는 강 위로 달이 뜨고, 동쪽 누각에는 눈 속에 매화 한창이구나.
 
19 
술 마시니 사람들 얼굴 붉어지고, 풀 뜯으니 말 주둥이 퍼래진다. 
백주고량주는 사람들 얼굴 붉게 만들고, 황금은 벼슬아치 마음 검게 만든다.
 
20 
노인은 지팡이를 짚다 가고, 어린이는 죽마를 타고 온다.
종복은 나무 섶을 지고 가고, 계집종은 물을 길어 오는구나.
 
21 
벼루를 강물에 씻으니 물고기가 먹물을 삼키고, 차 우리며 불 피우니 학은 연기를 비껴 가는구나.
소나무는 손님 맞이 하는 일산이 되고, 달빛은 글을 읽는 등촉이 된다.
 
22 
떨어지는 꽃잎 가련해 쓸어내지 못하고, 밝은 달 사랑스러워 잠 이루지 못하네.
달은 구름 사이에서 거울처럼 세상을 비추고, 바람은 대나무 숲 안에서 금을 타는 구나.
 
23 
강물을 손 안에 담으니 손에 달이 있고, 꽃을 희롱하니, 옷에는 꽃향기 가득하다.
깜깜한 깊은 밤, 촛불 앞은 대낮처럼 밝고, 무더운 유월, 정자 밑은 가을처럼 시원하다.
 
24 
세월 가면, 사람 머리 백발이 된다고, 가을 오니, 가로수 잎 노랗게 물드는구나.
비 온 뒤의 산색은 목욕을 한 듯, 바람 맞는 잡초들 술에 취한 듯.

25 
사람들 천리 밖에 떨어져 지내도 흥취는 한 잔 술에 담겨있구나.
다만 봄의 뜻 따른다면 분별이 없을텐데
인정을 따르니 얕고 깊은 차이가 있구나.
 
26 
꽃이 떨어지니 봄이 지나갔음을, 산이 깊어지니 절이 있음을 안다.
산 밖에도 첩첩산중 다함이 없고, 길 위에서 가야할 길 끝이 없구나.
 
27 
해 저무니 푸른 산 아득해지고, 날이 차니 초가집 쓸쓸하구나.
〔봄날은 저물어〕 작은 동산에 꾀꼬리 노래소리도 그쳤는데
〔님은 아니보이고〕 커다란 문엔 나비들만 떼 지어 춤추는구나.
 
28 
바람부는 창으로 등촉 쉬이 꺼지고, 달빛드는 집안에 잠들기 어렵구나. 
해 저무니 닭들은 횃대에 오르고, 날이 차니 새들은 처마밑으로 돌아온다.
 
29 
광활한 들판에선 하늘도 나무위로 낮게 드리우고, 맑은 강물에는 달도 사람을 가까이 한다.
날아가는 기러기 떼, 바람이 몰고가고, 홀로 가는 조각배, 달빛이 배웅한다. 
 
30 
떨어지는 가랑비 연못에서나 볼 수 있고, 살랑부는 미풍은 가지끝에서 알 수 있다.
꽃이 웃어도 소리는 듣지 못하고, 새가 울어도 눈물은 보기 어렵다.
 
31 
〔밭에 앉은〕 백로 떼 천점 눈송이요, 〔나무 위의〕 노란 꾀꼬리 한 조각 금이구나.
봉숭아꽃 오얏꽃 일천 베틀 위 흰 비단이요, 강산은 한 폭 그림을 그려놓은 병풍이구나.

32 
새는 연못에 드리운 나무에서 잠들고, 수행승은 달빛아래 산문을 두드리네. 
놋대는 물결에 잠긴 달을 가르고, 쪽배는 물에 비친 하늘을 짓누르네.

33 
높은 산에 흰 구름 일어나고, 넓은 들에 고운 풀 아름답다.
수면은 하늘과 이어지니 함께 푸르고, 바람은 달빛과 함께하니 모두 맑아라.
 
34 
〔길게 드리운〕 산 그림자 밀어도 나가지 않고, 〔강물에 비친〕 달빛은 쓸어내도 다시 생기네. 
물새는 떠오르다 다시 잠기고, 산 구름 끊어지다 다시 이어지네.
 
35 
달이 기우니 산 그림자 바뀌고, 해 저무니 누대 흔적 사라지네. 
하늘은 높아서 올라가도 잡을 수 없고, 꽃이 시들어서 나비도 오지를 않네.
 
36 
초승달은 장군의 활이요, 유성은 장군의 화살이라. 
땅을 쓸어 비질하니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어 젖히니 만복이 찾아온다.
 
37 
새는 꽃잎 사이 애벌레를 쫓고, 닭은 풀 속 벌레때문에 다툰다.
뱀이 나무둥지에 오르는지 새소리 시끄럽고, 손님이 문 앞에 섰는지 개소리 왕왕대는구나.
 
38 
높은 봉우리 하늘을 버티고 솟았구나. 장강은 땅을 가로질러 흘러가네. 
푸른 바다 황룡을 위한 저택이요, 푸른 소나무 백학을 위한 누대로다.
 
39 
달은 오동나무 가지위에 오르고, 바람이 불어 버드나무 스치우네. 
별무리 푸른 하늘에 늘어서고, 단풍들 가을의 산색을 다투네.

40 
물 속 물고기 맑은 물결 휘날리고, 어여쁜 새 높은 가지위에서 울고있구나.
비온 뒤 시냇물이 연주하는 비파소리, 바람 앞 소나무 스치는 거문고소리.
 
41 
말은 천리 길을 다니고, 소는 백 이랑 밭을 간다. 
말이 길을 가니 망아지가 뒤를 따르고, 소가 밭을 가니 송아지가 벌판에 뒹굴거린다.
 
42 
강아지 내달리며 매화 꽃잎 떨어뜨리고, 닭들은 걸어가며 대나무 잎 만드는구나.
죽순은 누런 송아지 뿔과 같고, 고사리 순 어린아이 주먹 같구나.
 
43 
하늘은 청량한데 기러기 한 마리 멀리 날아가고, 바다는 광활한데 외로운 돛단배 느리게 가는구나.
꽃은 문장의 나무에서 만발하고, 달은 장원봉에서 나오는구나.
 
44 
버드나무 빛깔 황금 같이 곱고, 오얏꽃은 흰 눈처럼 향기로워라.
푸른 물 갈매기 앞서는 거울이요, 푸른 소나무 학 뒤의 병풍이구나.
 
45 
빗물이 창포 잎사귀 칼날처럼 다듬고, 바람이 버드나무 머리칼을 빗어주네.
물오리 푸른 바다 갈면서 떠나가고, 백로는 푸른 산을 가르며 오는구나.
 
46 
꽃이 붉으니 노란 벌떼가 웽웽대고, 풀이 푸르니 백마가 〔좋아서〕 울부짖는다. 
산 비가 밤중의 대숲을 울리고, 풀벌레가 가을의 침상에 들어온다.

47 
아득한 수면, 하늘과 이어져 푸르고, 서리맞은 단풍, 태양을 바라보며 붉어라.
산은 외로운 둥근 달 토해내고, 강은 만리의 바람을 머금었구나.

48 
이슬이 맺히니 천 조각 옥구슬이요, 국화잎 흩어지니 한 떨기 금 이파리라. 
흰 나비, 분분히 흩날리는 눈이 되고, 노오란 꾀꼬리, 조각조각 황금이어라.
 
49 
골짜기 깊으니 꽃도 게을리 피고, 산이 깊으니 물소리만 그윽하구나. 
얼음 녹자 물고기부터 튀어오르고, 바람이 따뜻하니 기러기 돌아가려는가.

50 
숲에서 부는 바람 청량하니 그치지 않고, 산에 걸린 달 새벽까지 빛나는 지라.
죽순의 뾰족함은 붓끝 같고, 솔잎의 가늚이 바늘 같구나.
 
51 
물고기 희롱에 새로 핀 연꽃 살랑이고, 새들 흩어지니 남은 꽃잎마저 떨어진다. 
〔눈물에〕 거문고 젖어도 현은 여전히 소리내고, 〔새벽녘〕 화로는 식어도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52 
봄에는 북으로, 가을에는 남으로 향하는 것 기러기요, 아침에는 서쪽, 저녁에는 동쪽에서 뜨는 것 무지개라네.
버들가지 장막 〔드리우니〕 꾀꼬리가 손님 되고, 꽃이 피어 신방 〔준비하니〕 나비가 신랑 된다.
 
53 
태양은 눈부시게 냇물 위에 넘실대고, 바람이 영롱하게 풀잎 끝에 일렁이네.
밝은 달 소나무 사이로 비추고, 맑은 샘 돌 위에서 흐르는구나.
 
54 
푸른 소나무 길을 끼고 자라있고, 흰 구름은 처마 끝에 머무는구나.
연꽃 바람이 보내준 향기인가. 대나무 이슬 맑은 소리로 떨어지구나.
 
55 
골짜기가 곧으니 바람은 세차게 불고, 산봉우리 높으니 달도 늦게 뜨는구나.
귀뚜라미, 골방 으슥한데서 울어대고, 오동잎, 가을 황금빛 우물에 떨어진다.
 
56 
산이 높다한들 소나무 아래 있고, 강이 깊다한들 모래 위를 흐른다.
어제밤 내린 비에 꽃이 피다, 오늘 아침바람에 꽃은 지고.
 
57 
큰 가뭄에 단 비 얻고, 타향에서 옛 친구 만난다.
호랑이 그려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알아도 마음은 알지 못한다.
 
58 
물은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말은 내뱉으면 다시 거두기 어렵다.
학문을 배움은 천년의 보배가 되고, 재물을 탐함은 하루 아침 티끌이다.
 
59 
문장으로는 이태백이요, 필법으로는 왕희지라네. 
하루라도 독서하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네.

60 
꽃에게는 다시 만개할 날 있지만, 사람에게 다시 소년될 날 없구나.
젊은날 헛되이 보내지 말지니,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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