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유세가 어렵다고 하는 까닭은 
내가 가진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은 아니다.
 또는 나의 변설로써 상대방에게 내 뜻을 밝혀 내보이기가 어렵기 때문도 아니다. 
또는 내 속마음을 조리 정연하게 다 나타내기가 어렵기 때문도 아니다. 


 

대체로 유세가 어렵다고 하는 까닭은
 내가 설득시켜야 하는 임금의 마음을 통찰하고서
 내 말을 그의 마음에다 잘 끼워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설득하려는 임금이 이름을 높이려고 하는데 
내가 재물과 이익을 가지고 설득하다가는, 
속물로 취급되어 깔보이고 반드시 멀리 쫓겨나게 된다. 

반대로, 내가 설득하려는 임금이 많은 이익을 바라고 있는데 
내가 명예를 가지고 설득하다가는, 
너무 무심해서 자기의 속사정도 몰라 준다고 여기고 반드시 거두어 쓰지 않게 된다.

내가 설득하려는 임금이 속으로는 이익을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명예를 바라는 척할 때에
내가 명예를 가지고 설득하면, 겉으로는 내 말을 받아들이는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멀리하게 된다.
만약 이런 임금에게 이익을 가지고 설득한다면, 속으로는 그 말을 받아들이면서도 겉으로는 멀리한다.

이러한 점들을 통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개의 일들은 비밀을 지키는 데서 성공하고, 말이 새는 데서 실패한다. 

어쩌다 자신이 비밀을 누설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설득하다 보면 임금이 숨기는 일에 대해서도 말이 미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유세객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또 귀인에게 잘못한 끄트머리가 있는데 
유세객이 명정한 논리를 세워 그의 잘못을 따진다면, 
역시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또 귀인에게 잘못한 끄트머리가 있는데 
유세객이 명정한 논리를 세워 그의 잘못을 따진다면, 
역시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유세객이 아직 임금의 은혜를 많이 입지 않았는데도 그 말이 매우 많이 알고 있다면, 
그의 설득대로 행해져서 공을 세우더라도 별로 덕이 되지 않는다. 
그의 설득대로 행해지지 않아 실패하게 되면 
의심까지 받고, 그렇게 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대체로 귀인이 남에게서 계교를 얻어서 자기의 공을 세우고자 할 때에, 
유세객이 그 계획을 미리 알고 있다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귀인이 겉으로는 어떤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는 스스로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 
유세객이 그 내막에 간여하여 알게 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귀인이 도저히 하지 못할 일을 하라고 강요하거나, 
그가 그만두려고 하여도 어쩔 수 없는 일을 중지시키려고 하는 유세객도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러므로 임금과 함께 대인(大人)에 대해 얘기하면 자기를 비난한다고 의심하고, 
천인에 대해 얘기하면 임금의 권세를 팔려 한다고 의심한다.
 임금이 총애하는 자에 대해서 얘기하면 그를 이용한다고 의심하고, 
임금이 미워하는 자에 대해서 얘기하면 자기를 시험한다고 의심한다. 
말을 꾸미지 않고 간결하게 얘기하면 무식한 자라고 업신여기고, 
이 말 저 말 끌어다 해박하게 얘기하면 말이 많다고 지리하게 여긴다. 
형편에 따라 생각을 말하면 ‘겁쟁이라서 말을 다 못한다’하고,
 사리를 따져서 여러 말을 하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건방지다’고 한다.
 이러한 것들이 유세의 어려움이니, 꼭 알아두어야만 한다.

대개 유세의 요령은 
상대방 임금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추켜 주고, 
그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없애주는 데에 있다. 

상대방 임금이 자신의 계교를 자신한다면 
그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추궁하지 말고, 
자기의 결단을 용감스럽게 여긴다면 
유세객이 자기의 의견을 고집해서 화를 돋구지 말아야 한다. 

또 그가 자기의 능력을 자부한다면, 
실행의 어려운 점을 들어 용기를 꺾어서도 안 된다.
 임금이 하려는 일과는 다른 일이지만 같은 계획을 세운 사람과, 
또 임금이 하려는 일과 같은 일을 한 사람을 칭찬하려면,
 아름답게 꾸며서 칭찬하기만 하고 헐뜯지는 말아야 한다. 

임금과 같은 실패를 저지른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실수가 없는 것처럼 덮어주어야 한다. 

아주 충성스러운 사람은 임금의 뜻에 거스름이 없어야 하고, 
충성스럽게 깨우치는 말에는 배격하는 뜻이 없어야 한다.
 그렇게 된 뒤에라야 자기의 말솜씨와 지혜를 펼 수가 있다.

 이렇게 해야 임금에게 가까워지고 의심받지 않게 되어, 
자기의 변설을 다 발휘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 임금의 은총이 이미 깊어지면, 
그때부턴 깊이 계획하여도 의심받지 않는다. 
임금과 논쟁하며 간해도 벌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익과 손해를 분명히 헤아려 공을 이루고,
 옳고 그름을 바로 지적하여 유세객 자신을 영화스럽게 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유세는 성공한 것이다.

옛날에 미자하(彌子瑕)가 위(衛)나라 임금에게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 국법에는,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발을 자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미자의 어머니가 병이 났으므로, 어떤 사람이 밤중에 그를 찾아가서 알렸다. 
미자는 임금의 명령이라 속이고서 임금의 수레를 타고 왕궁을 나섰다. 
임금이 그 말을 전해 듣고 그를 현명하게 여기면서,
“효성스럽기도 해라. 어머니의 병 때문에 발이 잘리는 죄까지도 저지르다니.” 라고 말했다. 
한번은 임금과 함께 과수원에 놀러 갔는데,
미자가 복숭아를 먹다가 맛이 달아서 먹던 것을 그대로 임금께 바쳤다. 
그랬더니 임금이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하다니, 자기가 입에 대었던 것까지 잊어버리고 나를 생각하는구나.” 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미자의 얼굴이 시들고 임금의 사랑도 스러졌을 때에 임금에게 죄를 지었다. 
이때 임금은 이렇게 말했다.
“이 자가 일찍이 나를 속이고 내 수레를 탔으며, 자기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였다.” 

미자의 행동은 처음과 바뀌지 않았지만, 전에는 현명하다 하였고 나중에는 죄를 얻었다. 
왜냐하면 임금의 사랑과 미움이 그만큼 바뀌었기 때문이다.
임금에게 사랑을 받고 있을 때에는 그 지혜까지도 임금의 마음에 꼭 들어서 더욱 친밀해지고, 
임금에게 미움을 받고 있을 때에는 같은 행위가 죄로 여겨져서 더욱 멀어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유세객은 임금의 사랑과 미움을 잘 통찰한 뒤에 말을 꺼내야만 한다. 

용이라는 짐승은 잘 길들이면 탈 수도 있다. 
그러나 목구멍 아래에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비늘이 거꾸로 나 있어, 
사람이 그 비늘을 건드렸다간 반드시 죽는다고 한다. 
임금에게도 이처럼 거꾸로 난 비늘이 있다. 
유세객이 임금의 이 비늘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거의 성공이라고 하겠다.

<사기 : 열전 - 한비자편>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