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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 놓았습니다. 마히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 지붕에는 이엉을 덮어 놓았고, 집 안에는 불을 지펴 놓았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註) 마히 강은 ‘큰 강’이라는 뜻.

 19.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성내지 않고 마음의 끈질긴 미혹도 벗어 버렸다.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움막에는 아무 것도 걸쳐 놓지 않았고, 탐욕의 불은 남김없이 꺼 버렸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0.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모기나 쇠파리도 없고, 소들은 들판의 우거진 풀을 뜯어먹으며, 비가 와도 견뎌 낼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1.
스승은 대답하셨다.
“내 뗏목은 이미 잘 만들어져 있다. 욕망의 거센 흐름에도 끄떡없이 건너 벌써 피안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뗏목이 필요 없노라.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2.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내 아내는 착하고 허영심이 없습니다. 오래 함께 살아도 항상 내 마음에 흡족합니다. 그녀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3.
스승은 대답하셨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오랜 수양으로 잘 다스려졌다. 내게는 그 어떤 나쁜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4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놀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 아이들은 모두 다 건강합니다. 그들에게 그 어떤 나쁜 점도 볼 수 있다는 말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5.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다. 스스로 얻은 것으로 온 세상을 거니노라. 남에게 소속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6.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에게는 갓 태어난 송아지도 있고, 젖을 먹는 어린 소도 있습니다. 새끼 밴 어미 소도 있고, 암내 내는 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7.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에겐 갓 태어난 송아지도 없고, 젖을 먹는 어린 소도 없다. 새끼 밴 어미소도 없으며, 암내 내는 암소도 없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8.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소를 매 놓은 말뚝은 땅에 박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새로 엮은 밧줄운 튼튼해서 소도 그것을 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9.
스승은 대답하셨다.
“황소처럼 고삐를 끊고 코끼리처럼 냄새나는 넝쿨을 짓밟았으니, 나는 다시 인간의 모태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30. 
이때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고 검은 구름이 비를 뿌리더니 골짜기와 언덕에 물이 넘쳤다. 신께서 뿌리는 빗소리를 듣고 다니야는 이렇게 말했다. 

 31.
“우리는 거룩한 스승을 만나 얻은 바가 참으로 큽니다. 눈이 있는 이여 우리는 당신께 귀의하오니 스승이 되어 주소서 위대한 성자시여.註) 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가르켜 ‘눈이 있는 이’ 또는 ‘눈 뜬 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32.
아내도 저를 따라 행복하신 분 곁에서 열심히 수행을 하겠나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생사의 윤회가 없는 피안에 이르러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33.
이때 악마 파피만이 말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니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기뻐할 것도 없으리라.” 

 34.
스승은 대답하셨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는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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