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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부처님생애 ② 성도하기까지

 


1.2.1.출가
마침내 어느 날 밤, 싯다르타는 왕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 밤이나마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야쇼다라와 함께 궁녀들의 노래와 춤을 즐거운 듯 구경했다. 그리고 밤이 깊었을 때 싯다르타는 평화스럽게 잠든 아내 야쇼다라와 어린 아기를 번갈아보았다. 이 세상에서는 보기 드문 평화가 어머니와 아기의 잠든 얼굴에 깃들어 있었다. 싯다르타는 속으로 그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모든 사람들이 깊이 잠든 한밤중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난밤에 그토록 법석이던 궁중이 이제는 무덤처럼 적막했다. 드넓은 대청마루에서는 지난밤 노래하고 춤추던 궁녀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자고 있었다. 어떤 궁녀는 이를 갈면서 자는가 하면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리는 여자도 있었다. 그리고 또 어떤 궁녀는 이불을 걷어차 버리고 추한 모양으로 자고 있었다. 피로에 지쳐 곯아떨어진 궁녀들의 몰골은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을 때와는 너무도 달랐다. 이 광경을 본 싯다르타는 그들이 가엾었다. 또한 인간의 꾸밈없는 모습을 거기서 본 듯했다. 
밖으로 나와 시종이 살고 있는 집 앞으로 다가갔다. 낮은 목소리로 시종 찬다카[車匿]를 깨워 말을 끌고 나오도록 했다. 싯다르타는 말에 올랐다. 그가 말을 타고 궁중을 빠져나가는 것을 찬다카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찬다카는 무언가 마음에 집히는 일이 있었지만 태자의 그 엄숙하고도 비장한 표정을 보고서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성문을 나올 때 태자는 속으로 맹세를 했다. ‘내가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다시 이 문으로 들어오지 않으리라.’ 싯다르타는 오랜 세월을 두고 갈망하던 출가의 길을 마침내 이렇게 해서 떠나게 되었다. 태자의 행차치고는 너무도 외로운 길이었다. 원래 출가 사문의 길은 혼자서 가는 고독한 길이다. 
싯다르타는 성을 벗어나자 길을 재촉했다. 말발굽 소리만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이따금 숲에서 밤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올 뿐 태자와 찬다카는 한 마디 말도 없었다. 아누피야, 고을을 흐르는 아노마강을 건너자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새벽의 맑은 강바람이 상쾌하게 불어왔다. 
싯다르타는 말에서 내렸다. 시종의 손을 잡으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찬다카, 수고했네.” 
이 길이 태자의 출가임을 알아차린 찬다카는 흐느껴 울었다. 싯다르타는 강물에 얼굴을 씻고 허리에서 칼을 뽑아 치렁치렁한 머리칼을 손수 잘랐다. 찬다카는 눈물을 흘리며 그 모양을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싯다르타는 몸에 지녔던 패물을 모두 떼어 찬다카에게 내주며 말했다. 
“이 목걸이를 부왕께 전하여라. 그리고 싯다르타는 죽은 것으로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려라. 내 뜻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왕위 같은 세속의 욕망은 털끝만큼도 없다. 다만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길을 걷는다고 말씀드려라.” 
그리고 다른 패물을 주면서 이런 부탁도 했다. 
“이것은 이모님과 야쇼다라에게 전하여라. 내가 출가 사문이 된 것은 세속을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혜와 자비의 길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해다오.” 
그때 마침 사냥꾼이 그들 곁을 지나갔다. 태자는 그 사냥꾼을 불렀다. 그리고 자기가 입고 온 호화스러운 태자의 옷을 벗어서 사냥꾼에게 주고 사냥꾼의 해진 옷을 얻어 입었다. 머리를 깎고 다 해진 옷을 걸친 싯다르타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카필라의 태자로는 보지 않게 되었다. 그의 모습은 도를 구하는 사문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찬다카여, 그럼 우리는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자. 만나면 헤어지는 게 이 세상 인연이 아니냐. 그럼 잘 가거라.” 
찬다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싯다르타는 마지막으로 타고 온 백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동안 너는 나를 위해 수고가 많았다. 너도 잘 가거라.” 
백마도 이별을 서운해 하는 듯 눈물을 흘렸다. 

1.2.2.구도의 길
구도(求道)의 길을 찾아 왕궁을 뛰쳐나온 싯다르타는 우선 가까운 숲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떤 나무 아래 단정히 앉아 정신을 한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싯다르타는 죽어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최초의 싸움에 임했다. 머리 위로 태양이 높이 솟아올랐다. 싯다르타는 심한 갈증과 허기를 느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고 이따금 사나운 짐승들의 포효가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들려 왔다. 그러나 뜻을 굳게 세운 싯다르타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해가 기울고 어둔 밤이 되어도 그 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정신을 한곳에 집중시키려고 애썼다. 그러나 지나간 온갖 기억들이 되살아나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다. 
밤이 깊어갈수록 숲은 무거운 정적으로 가라앉았다. 그는 마음을 더욱 굳게 가다듬었다. 이렇게 하여 첫 밤을 지새우고 나자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기 뜻대로 수행이 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번거로운 기억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허기가 져서 참을 수 없게 되면 가까이서 흐르는 개울물을 마실 뿐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 싯다르타는 이 우주의 진리를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더욱 굳게 결심을 다졌다. 
어떤 날 밤에는 비가 내렸고 비가 개고 나서는 쌀쌀한 바람이 숲을 몰아쳤다. 비에 흠뻑 젖은 싯다르타는 이가 딱딱 부딪히도록 추위에 떨었다. 더구나 속이 비어 추위를 이겨내기가 어려웠다. 순간 왕궁의 따뜻한 방안 생각이 났다. 싯다르타는 부질없는 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리고 어떠한 유혹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꼬박 한 주일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다. 깨달음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혼자서 진리를 구하는 것보다 수행의 힘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닦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대로 같은 자리에만 앉아 있는 것이 아무런 소득도 없다고 생각한 싯다르타는 여드레만에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그리고 숲에서 가까운 마을로 밥을 빌러 내려갔다. 싯다르타는 이제 완전한 수행승이 되어버린 것이다. 해진 옷을 걸치고 얼굴은 여위어 걸음걸이도 허청거렸다. 그러나 그 눈은 빛나고 얼굴에는 맑고 깊은 의지의 빛이 배어 있었다. 몸은 비록 참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었지만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아 새로운 희망을 지닐 수 있었다. 그는 괴로움을 하나하나 참고 견디는 일에 인내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이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다면 그는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도(道)를 찾는 싯다르타에게 그만한 고통은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가까이 있는 수행승한테서 박가바[婆伽婆]라는 선인(仙人)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고행하고 있다는 숲을 찾아갔다. 그 숲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들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는 한적한 곳이었다. 고요 속에 청정한 기운이 감도는 숲은 두려운 생각마저 들게 했다. 싯다르타는 처음으로 자신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박가바 선인의 제자들을 보고 선뜻 느낀 것은 실망이었다. 그들은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어려운 고행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가시로 몸을 찔러 피가 흐르고, 흐른 피가 검붉게 굳어있는데도 참고 누워 있었다. 몸무게에 눌리면 눌릴수록 더욱 가시는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또 어떤 고행자는 더러운 쓰레기더미 속에 누워 있었다. 더럽고 냄새나는 것에 무관심한 듯했다. 혹은 타오르는 불꽃에 몸을 벌겋게 달구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한쪽 발로 딛고 서 있는 사람, 물속에 들어가 숨을 죽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는 발가벗고 종일 물구나무를 서는 고행자도 있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이도 있었고 이틀에 한 끼, 사흘에 한 끼밖에 먹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수행승은 혹독한 고행을 하는 사람일수록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들은 고행을 참아내는 일로써 수행을 삼고 있는 듯했다. 그 참을성에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와 같은 고행 자체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고행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어두운 그늘이 덮여 어쩐지 처참하고 불결하게만 생각되었다. 
싯다르타는 박가바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 같은 고행을 합니까?” 
선인은 이런 고생이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천상에 태어나기 위해서요.” 
이 말을 듣고 싯다르타는 웃을 뻔했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찾아간 스승이었으므로 여기에서 받은 실망은 클 수밖에 없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 괴로움을 참는다고? 설사 천상에 태어난다 할지라도 천상의 즐거움이 다하면 다시 인간 세계에서 고통을 겪어야 하지 않는가. 게다가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을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한 싯다르타는 그들의 고행이 더욱 어리석은 짓으로 보였다. 싯다르타가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본 박가바 선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 고행은 참으로 괴롭고 어렵지만 차차 수행을 쌓으면 보기보다는 참아내기가 어렵지 않게 되오.” 
선인은 싯다르타가 잠자코 있는 것이 심한 고행에 놀라 의기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싯다르타는 조용히 말했다. 
“견딜 수 없는 고행에 대해서는 존경심이 갑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떤 보상을 바라고 한다면 괴로움은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되풀이될 고와 낙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인은 무어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하룻밤을 그 곳에서 머문 다음 싯다르타는 가시 길을 떠났다. 박가바의 제자들로부터 남쪽으로 가면 아라라 칼라마[阿羅邏迦蘭摩]라는 훌륭한 선인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를 찾아가기로 했다. 싯다르타는 이곳에 온 것이 전혀 무익하지만은 않았다. 인간이 그러한 고행까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아라라 칼라마의 덕망은 싯다르타도 전부터 듣고 있었다. 그가 있는 곳까지는 길이 멀었다. 몇 개의 강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했다. 도중에 강가강[恒河]을 건너 라자가하[王舍城]에 들르게 되었다. 라자가하는 마가다[摩竭陀]나라의 수도로 인구도 많고 집들이 카필라보다도 훨씬 호화로웠다. 마가다는 빔비사라왕[頻婆裟羅王]이 다스리고 있는 나라였다. 

1.2.3.스승을 찾아서
싯다르타는 라자가하에서 걸식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빼어난 모습과 기품 있는 행동을 보고 그가 카필라 왕국의 태자임을 첫눈에 알아보았다.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을 알 리 없이 관다바산 동쪽에 사문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 자리를 잡고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이 소문을 들은 빔비사라왕은 기쁜 마음으로 즉시 카필라의 태자를 만나기 위해 몇 사람의 신하를 거느리고 싯다르타를 찾아갔다. 싯다르타는 자기를 찾아온 분이 이 나라의 왕인 줄을 알았다. 일어나 왕을 정중히 맞이했다. 왕도 싯다르타를 보고 수행자에 대한 예로써 인사를 했다. 
“태자가 출가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놀랐소. 태자의 부왕께서는 얼마나 가슴 아파하시겠소. 태자처럼 젊고 기품 있는 사람이 사문이 되어 고생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까운 일이오. 나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이 어떻겠소? 마음에 드는 땅을 드리고 편히 살 수 있도록 해드리겠소.” 
그러나 싯다르타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친절하신 말씀은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세상의 모든 욕망을 버리고 출가한 몸입니다.” 
“그렇다면 무슨 목적이 있어 출가를 하셨소.”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에서 벗어나 내 자신과 이웃을 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을 이룰 수가 있겠소?” 
싯다르타는 조용히 대답했다. 
“되고 안 되고는 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저는 그것을 알기까지 죽어도 물러서지 않을 각오입니다.” 
이러한 싯다르타의 높은 뜻과 굳은 결심을 보고 빔비사라왕은 크게 감동했다. 
“태자의 굳은 결심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빌겠소. 만약 그러한 도를 얻으면 나에게도 그 법을 가르쳐 주기 바라오.” 
왕은 마음속으로 태자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음직한 젊은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인물이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린다면 태평한 세월을 누릴 것이라고 믿었다. 이와 같이 싯다르타를 만나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인품과 정신력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싯다르타는 라자가하를 떠나 아라라 칼라마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아라라는 나이가 많았으나 아직도 건장했다. 그는 싯다르타를 기꺼이 맞이했다. 늙은 선인은 차근차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싯다르타는 이 백발의 선인에게서도 역시 아쉬움 같은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얻을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오랜만에 스승을 만난 것 같아 흐뭇했다. 그는 그 곳에 머무르며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기로 했다. 그것은 마음의 작용이 정지된 무념 무상(無念無想)의 상태에 이르는 수행이었다. 그는 밤잠을 안 자고 열심히 수행을 계속했다. 그때 아라라 스승에게는 수백 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다른 제자들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정열과 용맹심을 가지고 수도에 열중했다. 마침내 싯다르타는 스승이 가르쳐 준 경지에 이르고야 말았다. 스승은 깜짝 놀랐다. 
“자네 같은 천재를 만나 기쁠 따름이네. 자네는 이미 내가 얻은 경지에 도달하였네. 이제는 나와 함께 우리 교단을 이끌어 나가세.” 
그러나 싯다르타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보다 높은 경지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무념무상의 상태가 그 위에 없는 열반의 경지가 아님을 알았던 것이다. 그는 스승과 하직하고 보다 높은 수행을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어느 날, 싯다르타는 자기를 찾아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카필라에서 부왕이 보낸 사신들로서 태자가 떠나온 뒤 카필라가 온통 슬픔에 잠겼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중에서도 부왕과 야쇼다라의 비탄은 차마 곁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싯다르타에게 왕궁으로 돌아갈 것을 애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그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돌아갈 수는 없다. 내 본래의 뜻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죽어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이별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 생사를 두려워하고 있는 한 사람들은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의 이 수행은 내 자신만이 아니라 부왕과 이모와 아내와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나의 수행은 아직 멀었다. 나의 수행을 방해하지 말고 어서 돌아들 가거라.” 
사신들은 태자의 이 같은 굳은 의지 앞에 더 할 말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되었다. 
그 뒤 싯다르타는 웃다카 라마풋타라는 스승을 찾아가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웃다카는 칠백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사유(思惟)를 초월하고 순수한 사상만 남는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의 경지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얼마 안 되어 또 웃다카 스승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웃다카는 젊은 수도승 싯다르타를 두려워하면서 그 이상의 높은 경지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자기가 출가한 궁극의 목적이 여기에 있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더 이상 그 곳에 머물지 않고 다시 길을 떠났다. 세상에서라면 불완전한 스승도 용납될 수 있지만 진리의 세계에 있어서는 용납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보다 완전한 스승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싯다르타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이 세상에서 완전무결한 스승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그는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어디를 찾아가 보아도 그럴 만한 스승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무렵 인도에서 가장 으뜸가는 수행자로 아라라와 웃다카 두 선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싯다르타는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더 이상 의지하고 배울 스승이 없다는 허전함이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어디를 찾아가 보아도 내가 의지해 배울 스승은 없다. 이제는 내 자신이 스승이 될 수밖에 없구나. 그렇다, 나 혼자 힘으로 깨달아야만 한다.’ 싯다르타는 지금까지 밖으로만 스승을 찾아 헤매던 일이 오히려 어리석게 생각되었다. 가장 가까운 데 스승을 두고 먼 곳에서만 찾아 헤맨 것이다. 이제는 내 자신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고 생각을 돌이키자 자기 자신의 존재 의미가 새로워졌다.
싯다르타는 우선 머물러 도 닦을 곳을 찾아야 했다. 마가다나라와 가야[伽耶]라는 곳에서 멀지 않은 우루벨라[優樓頻螺, 苦行林] 마을의 숲이 마음에 들었다. 아름다운 숲이 우거진 이동상 기슭에는 네란자라강[尼連禪河]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싯다르타는 이곳을 수도장으로 정했다. 

1.2.4.성도
이때 웃다카 교단에서 수도하던 다섯 사문들이 싯다르타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수행했지만 스승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이 젊은 사문이 짧은 기간에 스승과 같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고도 만족하지 않고 보다 높은 경지를 향해 수행하려고 하지 않는가. 이분은 결코 범상한 인물이 아니다. 반드시 최고 경지에 도달할 분이다.’ 이렇게 판단한 그들은 서로 의논한 다음 웃다카의 교단에서 나와 싯다르타의 뒤를 따라온 것이다. 
싯다르타는 이런 결심을 했다. ‘사문들 가운데는 마음과 몸은 쾌락에 맡겨 버리고 탐욕과 집착에 얽힌 채 겉으로만 고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젖은 나무에 불을 붙이려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몸과 마음이 탐욕과 집착을 떠나 고요히 자리 잡고 있어야 그 고행을 통해 최고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라.’ 이와 같이 고행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굳게 결정한 뒤, 싯다르타는 참담한 고행을 다시 시작했다. 아무도 이 젊은 수행자의 고행을 따를 수는 없었다. 싯다르타 그 당시 인도의 고행자들이 수행하던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고행만을 골라 수행했다. 먹고 자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몇 톨의 낟알과 한 모금의 물로 하루를 보내는 때도 있었다. 그의 눈은 해골처럼 움푹 들어가고 뺨은 가죽만 남았다. 몸은 뼈만 남은 앙상한 몰골로 변해갔다.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싯다르타는 아직도 완전히 번뇌를 끊지 못했으며 삶과 죽음을 뛰어넘지도 못했다. 그는 여러 가지 무리한 고행을 계속했다. 곁에서 수행하던 다섯 사문들은 너무도 혹독한 싯다르타의 고행을 보고 그저 경탄의 소리를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렇게 뼈를 깎는 고행이 어느 정도 수행에 보탬을 주기는 했지만, 그가 근본적으로 바라는 깨달음에는 아직도 이르지 못했다. 번뇌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고 생사의 매듭도 풀리지 않았다. 
싯다르타는 언젠가 남들이 하는 고행을 보고 비웃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나 지금 자기가 닦고 있는 고행은 죽은 후에 하늘에 태어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로지 육신의 번뇌와 망상과 욕망을 없어버림으로써 영원한 평화의 경지인 열반을 얻고자 함이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가 얻은 평화를 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깨닫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그는 거듭 결심을 다졌다. 그는 이따금 모든 고뇌와 집착에서 벗어나 해탈의 삼매경에 들어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삼매는 곧 흩어지고 현실의 고뇌가 파고들었다. 
고행을 시작한 지도 다섯 해가 지나갔다. 아무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지독한 고행을 계속해 보았지만 자기가 바라던 최고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어느 날 싯다르타는 그가 지금까지 해 온 고행에 대해 문득 회의가 생겼다. 육체를 괴롭히는 일은 오히려 육체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를 괴롭히기보다는 차라리 그것을 맑게 가짐으로써 마음의 고요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 동안 싯다르타는 수행의 방법에만 얽매인 나머지 점점 형식에 빠져 마음을 고요하고 깨끗하게 가지는 일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그는 고행을 중지하고 단식도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지나치게 지쳐버린 육체를 회복하기 위해서 네란자라강[尼連禪河]으로 내려가 맑은 물에 몸을 씻었다. 그때 마침 강가에서 우유를 짜고 있던 소녀에게서 한 그릇의 우유를 얻어 마셨다. 그 소녀의 이름은 수자타[須闍陀, 善生女]라고 했다. 우유의 맛은 비길 데 없이 감미로웠다. 그것을 마시고 나니 그의 몸에서는 새 기운이 솟아났다. 이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다섯 명의 수행자들은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그토록 고행을 쌓고도 최고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어찌 세상 사람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면서 그것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고행을 그만둔 싯다르타가 타락했다고 하여 그의 곁을 떠나 바라나시[波羅奈]의 교외에 있는 녹야원[鹿野苑]으로 가버렸다. 
싯다르타는 홀로 숲속에 들어가 커다란 보리수 아래 단정히 앉았다. 맑게 갠 날씨였다. 앞에는 네란자라강이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싯다르타의 마음은 날듯이 홀가분했다. 모든 것이 맑고 아름답게 보이기만 했다. 싯다르타는 오랜만에 마음의 환희를 느꼈다. 그는 다시 비장한 맹세를 했다. ‘이 자리에서 육신이 다 죽어 없어져도 좋다. 우주와 생명의 실상(實相)을 깨닫기 전에는 이 자리를 떠나지 않으리라.’ 
싯다르타는 평온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깊은 명상에 잠겼다. 이렇게 해서 이레째 되는 날이었다. 둘레는 신비로운 고요에 싸이고 샛별이 하나 둘 돋기 시작했다.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의 마음이 문득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넘치기 시작했다. 이제는 두려워할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이치가 그 앞에 밝게 드러났다. 태어나고 죽는 일까지도 환히 깨닫게 되었다. 온갖 집착과 고뇌가 자취도 없이 풀려 버렸다. 우주가 곧 내 자신이고 내 스스로가 우주임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때 싯다르타는 환희에 넘쳐 함성이라도 올리고 싶었다. 그의 얼굴에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평화와 자신이 넘치는 밝은 빛이 깃들었다. 그때 네란자라강 저 너머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마침내 싯다르타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그토록 자신이 ‘부처’가 되었다고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었다. 스물아홉에 태자의 몸으로 카필라의 왕궁을 버리고 출가한 젊은 수도자는 목숨을 걸고 찾아 헤매던 끝에 더 이상 도달할 수 없는 최고의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즉 ‘깨달은 사람’ 이 된 것이다. 
그때 싯다르타의 나이 서른다섯 살이었다. 이제는 그에게서 인간적인 갈등과 번뇌는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이 세상에서 일찍이 그 누구도 경험할 수 없었던 으뜸가는 열반의 경지를 스스로 깨달아 얻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인류의 스승 부처님이 나타나신 것이다. 
진리를 깨달아 부처님이 된 싯다르타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생각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가 처음 출가하여 수행한 동기는 우선 자기 자신의 구제에 있었다. 생로병사라는 인간 고뇌의 실상을 보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사랑하는 처자와 왕자의 지위도 내던지고 뛰쳐나왔던 것이다. 이제 보리수 아래서 최상의 깨달음을 얻게 되자 자기 자신의 문제는 해결된 것이다. 그 이상 아무것도 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여기에 새로운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자기가 깨달은 진리를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 해탈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곧 자기 자신의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우주의 진리를 밑바닥까지 들여다본 부처님의 자비였다. 그는 이제부터 중생들을 구제하는 길에 나서기로 새로운 뜻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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