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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문답2) 법달 : 법화경


법달 스님은 홍주 사람이다. 7세에 출가하여 항상 법화경을 외웠는데 조사에게 예배드릴 때에 머리가 땅에 닿지 않으므로 조사가 꾸짖으며 


“절을 할 때 머리가 땅에 닿지 않으니 절을 하지 않는 것과 같지 않느냐. 네 마음속에 반드시 한 물건이 있기 때문인데 무슨 일을 쌓아 익혔느냐.”
하시니 “법화경을 이미 삼천 번이나 외웠습니다.”하기에 대사가 말씀하시기를 
“네가 만일 만 번을 외워 그 경을 뜻을 얻었더라도 그것을 자랑으로 삼지 않으면 나와 더불어 함께 행할 것인데 네가 지금 그 일을 자부하며 도무지 허물을 알지 못하니 나의 게송을 들어보아라.”

예배(禮拜)는 본래 아만의 깃발을 꺽자는 것인데
어찌하여 머리가 땅에 닿지를 않는가.
나라는 생각이 있으면 허물이 생겨나고
공(功)을 잊으면 복이 한량없으리라.

대사가 다시 “너의 이름이 무엇인가.” 하시니 “법달입니다.” 하므로 “너의 이름이 법달이라, 하지만 어찌 법을 통달했겠느냐.”하시며 다시 게송을 설하셨다.

네가 방금 법달이라 하였는데 
부지런히 외울 뿐 쉬지 못하니
공연히 외우면 소리만 쫓고 
마음을 밝히면 보살이라 이름 하리.

네가 이제 인연이 있으므로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다만 부처님은 말이 없음을 믿으면 
연꽃이 입에서 피어나리라.

법달이 게송을 듣고 깊이 뉘우치며 말씀드렸다.
“이제부터는 마땅히 일체에 대하여 겸손하겠으며, 공경하겠습니다. 제자가 법화경을 외웠으나 경의 뜻을 알지 못해서 마음에 항상 의심이 있었는데 화상께서는 지혜가 넓고 크시니 원컨대 간략하게 경의 뜻을 말씀해주십시오.”
대사가 말씀하셨다.
“법달이 법에는 잘 통달했으나 네 마음은 통달하지 못했구나. 경은 본래 의심할 것이 없는 것인데 네 마음이 스스로 의심하는구나. 네가 이 경을 외울 때 무엇으로써 근본을 삼느냐?”
법달이 말하기를 “저는 근성이 어둡고 둔하여 이제까지 문자에만 의지하여 외웠을 뿐이니 어찌 근본취지를 알겠습니까?” 하므로 조사가 말씀하셨다.
“내가 문자를 모르니 네가 경을 가지고 한 번 외워보아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 해설해주리라.”
법달이 곧 고성으로 경을 외워 <서품, 방편품, 비유품>에 이르렀을 때 조사가 이르시기를 
“그쳐라. 이 경은 원래 <인연 출세>로써 근본을 삼았으니 비록 여러 가지의 비유를 설하지만 이를 넘지 않는다. 
어떤 것을 인연이라 하는가 하면 경에 이르시기를 「모든 부처님 세존은 오직 일 대사 인연으로 이 세상에 출현하신다.」하셨는데 일대사(한 가지 큰 일)란 곧 부처님의 지견이다. 
세상 사람들은 밖으로 미혹하여 상(相)에 집착하고 안으로 미혹하여 공(空)에 집착하는데, 만일 상에 대하여 상을 여의고 공에 대하여 공을 여의면 곧 안과 밖이 미혹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이 법을 깨달아서 한 순간에 마음이 열리면 이것이 부처님의 지견이 열린 바니라.
부처란 깨달음이라는 뜻인데 나누면 네 가지가 되느니라. 
깨달음의 지견을 열고 깨달음의 지견을 보이며 깨달음의 지견을 깨닫게 하고 깨달음의 지견에 들게 하는 것이다.
만일 열어 보이심을 듣고 문득 깨달아 들어가면 곧 깨달음의 지견인 본래의 참 성품이 나타날 것이다.
네가 경의 뜻을 잘못 알아서「열어 보이어 깨달아 들어가게 한다.」고 하신 것에 대하여 이것은 부처님의 지견이지 우리들에게는 없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만일 이렇게 이해하면 이것은 경을 비방하는 것이며 부처님을 헐뜯는 것이다. 
자기가 이미 부처님이고 이미 지견을 갖추었는데 어찌 다시 열 것이 있겠는가. 
너는 이제 마땅히 믿어라.
부처님의 지견이라는 것은 다만 너 자신의 마음이지 다시 다른 부처님이 없느니라.
대체로 모든 중생이 스스로 광명을 가리고 육진 경계를 탐내고 애착하여서 밖으로 인연을 일으키고 안으로 흔들려서 쫓고 쫓기는 시달림을 달게 받으므로 부처님께서 수고스럽게도 삼매에서 일어나셔서 갖가지 간곡한 말씀으로 권하여 편안히 쉬게 하셨느니라.
밖을 향하여 구하지 않으면 부처님과 더불어 둘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부처님의 지견을 연다 하셨느니라.
나도 사람들에게 권하는데 자기의 마음 가운데서 부처님의 지견을 항상 열어라.
세상 사람들은 마음이 삿되어 어리석고 미혹하여 죄를 짓게 되며 입으로는 착하지만 마음으로는 약해서 탐내고 성내며 질투하는 마음과 아첨하고 교만함으로 남을 해치고 사물을 해롭게 하여 스스로 중생의 지견을 여느니라.
만일 바른 마음으로 항상 지혜를 내어서 자기의 마음을 비추어 보아 악을 그치고 선을 행하면 이것이 스스로 부처의 지견을 여는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생각 생각에 부처의 지견을 열고 중생의 지견은 열지 말아라. 
부처의 지견을 열면 이것이 곧 세간을 떠난 것이고 중생의 지견을 열면 곧 세간이니 네가 만일 힘들여 경이나 외우고 생각을 집착하는 것으로써 공부를 삼는다면 이우(길고 칼 같은 꼬리를 스스로 핥다가 죽는다는 소)가 제 꼬리를 애착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법달이 말하기를 “만일 그렇다면 뜻만 이해하고 경은 수고스럽게 외울 필요가 없습니까?” 하니 조사가 말씀하셨다.
“경에 무슨 허물이 있어서 너보고 못 외우게 하겠느냐. 다만 미혹함과 깨달음이 사람에게 있고 손해와 이익이 자기에게 달렸으니 입으로 외우며 마음으로 행하면 이것이 곧 경을 굴리는 것이고 입으로 외우지만 마음으로 행하지 아니하면 이것은 경에게 굴림을 받는 것이니라.”
나의 게송을 들어라.

마음이 미혹하면 법화경이 너를 굴리고 
마음이 열리면 네가 법화경을 굴리느니라.
경을 아무리 외워도 그 뜻을 밝히지 못하면 
뜻과는 오히려 원수가 되리라.
생각이 없으면 생각이 곧 바르고, 
생각이 있으면 생각이 삿되니
유와 무를 다 따지지 않으면 
오래도록 흰 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놀 수 있으리라.

법달이 게송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울다가 말 아래에 크게 깨달아서 조사께 말씀드리기를 “저는 이제까지 한 번도 법화경을 굴리지 못하고 법화경의 굴림을 받았습니다.”하며 다시 말씀드리기를
“경에서는 대 성문들과 보살들이 모두 생각을 다 하여 함께 헤아리더라도 부처님의 지혜는 헤아릴 수가 없다 하였는데 지금 범부로 하여금 다만 자기의 마음을 깨달으면 곧 부처님의 지견이라 하시니 자신의 상근기가 아니면 의심이나 비방을 면하지 못하겠습니다.
또 경에 세 가지 수레를 설하였는데 양이 끄는 수레와 사슴이 끄는 수레가 흰 소가 끄는 수레와 어떻게 다른지 원하옵건대 화상께서 한 번 더 가르침을 열어 주십시오.” 하니 조사가 말씀하시길 “경의 뜻이 분명한데 네가 스스로 미혹하여 등진 것이로다. 성문 연각 보살들이 능히 부처님의 지혜를 측량하지 못하는 것도 그 병이 헤아리는 것에 있는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생각을 다하고 이치를 따져 보아도 점점 더 먼 곳으로 떨어지는 것이니라.
부처님은 본래 범부를 위하여 설하신 것이지 부처님을 위하여 설하신 것이 아니다.
이 이치를 만약 기꺼이 믿지 못하는 것이라면 자리에서 물러가도 좋은데 흰 소가 끄는 수레에 앉아 있으면서 다시 문 밖에 있는 세 수레를 찾는 것은 전혀 알 수가 없구나.
하물며 경문에 너희에게 분명히 이르기를 ‘오직 일불승이요, 다른 이승과 삼승은 없다.’ 하였고 ‘수 없는 방편과 가지가지 인연과 비유와 이야기가 곧 법이며 모두 다 일불승을 위한 것이다.’ 하셨는데 너는 어찌 살피지 못하는가.
세 가지 수레는 거짓이고 옛날을 위한 것이며 일승은 진실하고 지금을 위한 것이다.
다만 너희로 하여금 거짓을 버리고 참다운 것에 돌아가게 함인데 참다움에 돌아가면 참다움이란 이름도 없느니라.
마땅히 알아라. 온갖 보배와 재물이 다 너에게 속해있고 네가 쓰기에 달려 있으니 다시는 아버지라는 생각도 하지 말고 아들이라는 생각도 하지 말며 또 쓴다는 생각도 없어야 하느니라. 
이것을 법화경을 지닌다고 이름 하느니라.
아득한 과거에서 먼 미래에 이르도록 손에 책을 놓지 않고 아침부터 밤이 되도록 생각지 않는 때가 없음이 되느니라.”
법달이 가르침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며 게송으로 찬탄하기를

경을 삼천 번 외운 것이 
조계의 일구(一句)에 없어졌다.
출세(出世)의 뜻 밝히지 못하면 
어찌 여러 생의 미친 짓을 쉴 것인가.
양과 사슴과 소를 방편으로 삼아 
처음과 중간과 나중에도 잘 설하셨네.
누가 불난 집의 속이 
원래 이 법왕의 처소인 줄 알았으랴.

조사가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야 비로소 경을 외우는 스님이라 이름 할 수 있겠구나.” 법달이 이때부터 깊은 뜻을 알았으며 경 외우기를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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