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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문답5)지도 : 열반경


지도라는 스님은 광주의 남해 사람이다.
법문을 청하며 말씀드리길 “제가 출가해서 열반경을 두루 본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대의를 밝히지 못했사오니 원컨대 화상께서 가르침을 주옵소서.”
조사가 “네가 어느 곳을 밝히지 못했는고?” 하시자 
“「모든 현상이 무상하여 나고 죽는 법이니 나고 죽음이 없어지면 적멸이 낙이 된다.」하는 것에 의심이 있습니다.” 하므로 
“네가 어떻게 의심하는가.” 하시니 
말하기를 “일체 중생이 모두 두 가지 몸이 있으니 이른바 색신(육신)과 법신입니다. 색신은 무상하여 생이 있고 멸이 있지마는 법신은 항상하여 앎도 없고 깨달음도 없는데 경(열반경)에 이르기를 「나고 죽음이 멸하여 마치면 적멸이 낙이 된다.」하는 것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어떤 몸이 적멸이며, 어떤 몸이 낙을 받는다는 말씀입니까? 만일 육신이라면 육신이 없어질 때에 사대가 흩어져서 아주 괴로울 뿐인데 괴로움을 낙이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만일 법신이라면 적멸하여 곧 초목이나 흙이니 돌과 같은 것인데 누가 마땅히 낙을 받습니까?
또 법의 성품은 나고 죽는 것의 체(體)이고 오온은 생멸의 용(用)이니 한 체에 다섯 작용(色, 受, 想, 行, 識)으로 나고 죽는 것은 떳떳한(常)것으로써 나는 것은 본체에서 일으킨 작용이고 죽는 것은 작용을 거두어서 본체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만일 다시 난다고 하면 곧 유정의 종류(중생살이)에서 끊어지지 않고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다시 나지 않는다고 하면 영원히 적멸한 곳으로 돌아가서 무정의 물질과 같을 텐데 이와 같다면 모든 법이 열반에 묶이어 오히려 나지도 못할 것이니 무슨 낙이 있겠습니까?
조사가 말씀하셨다.
“네가 부처님의 제자인데 어찌 외도의 단(斷), 상(常)의 삿된 소견을 익혀 최상승법을 의논하려 하느냐. 네가 말한 대로 한다면 곧 육신 외에 별도로 법신이 있으며 생멸을 떠나서 적멸을 구하는 것이다.
또 열반의 항상 즐거움도 몸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는 생사를 집착하고 아껴서 세간의 즐거움에 빠져드는 것이다. 
너는 이제 마땅히 알아라.
부처님께서는 일체의 미혹한 사람들이 오온이 화합된 것을 자기의 근본 모습으로 삼고 일체법을 분별하여 바깥 모습으로 삼아서 나는 것을 좋아하고 죽는 것을 싫어하며 생각 생각에 바뀌며 흘러가서 꿈이고 허깨비이며 거짓인줄 모르고 잘못 윤회를 받아서 항상 즐거운 열반을 도리어 괴로운 것으로 잘못 알고 종일토록 찾아 헤매므로, 부처님이 이를 불쌍히 여기시고 열반의 참다운 즐거움은 찰나에도 나는 상이 없으며 찰나에도 없어지는 상이 없어서 다시 생과 멸이 멸할 것도 없는 것으로 즉 적멸이 앞에 드러나는 것임을 보이신 것이니라.
앞에 드러났을 때에 앞에 드러났다는 생각도 없어야 상락(常樂)이라 하느니라.
이 낙을 받는 자도 없고 또한 받지 않는 자도 없는 것이니 어찌 하나의 체에 다섯 가지 용이라는 이름이 있겠으며 어찌 하물며 다시 열반이 모든 법을 묶어서 영원히 나지 못하게 한다고 말하겠느냐. 이런 말은 부처님을 비방하고 법을 헐뜯는 것이로다.” 나의 게송을 들어보아라.

위가 없는 대 열반이여, 
뚜렷이 밝아 항상 고요히 비치거늘
어리석은 범부는 죽는다고 말하고 
외도는 집착하여 단멸(斷滅)을 삼으며

이승(二乘)을 구하는 모든 사람은 
하는 것 없음을 내세우네.
모두 다 생각으로 헤아리는 것, 
육십이견의 근본이로다.

망령되이 세운 헛된 이름이리니 
어찌 진실한 뜻이 되리요.
오직 헤아림을 초월한 사람이라야 
취하거나 버릴 것이 없음을 통달하여서

오온법을 알아서 
오온 가운데의 나와
밖으로 나타나는 온갖 색상과 
낱낱 음성의 상이

평등하여 꿈이고 환상인 줄 알아서 
범부다 성인이다는 소견이 나지 않고
열반의 알음알이도 짓지 않으며, 
이변(二邊)과 삼제(三際)가 끊어져서

항상 모든 근기를 맞추어 쓰지만 
쓴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아니하며
일체 법을 분별하지만 
분별한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아니하니

겁화(劫火)가 일어나 바다 밑을 태우고 
바람이 불어와서 산이 서로 부딪칠지라도
참되고 항상 적멸의 즐거움이라. 
열반의 모습 이와 같으니라.

내가 이제 굳이 말한 것은 
너로 하여금 사견을 버리게 함이니
네가 말을 따라 알음알이를 내지 않으면 
네가 조금 알았다고 허락하리라.

지도가 게송을 듣고 크게 깨달아서 뛸 듯이 기뻐하며 절을 하고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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