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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오음은 망상이다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머리를 조아려 정중히 받들어 기억하여 잃지 않고, 대중 가운데서 다시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5음의 모양 가운데 다섯 가지 허망이 본래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하셨으나, 저희들은 평소에 여래로부터 자세한 가르침을 받들지 못했습니다. 이 5음을 한꺼번에 없애야 합니까, 아니면 차례로 없애야 합니까? 또 이러한 다섯 겹은 어디까지를 경계로 정해야 하겠습니까?
부디 여래께서는 큰사랑을 베푸셔서 이 대중의 마음과 눈을 깨끗이 밝혀주시고, 말세의 일체중생에게도 장래의 안목이 되게 하옵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정밀하고 진실하고 미묘하고 밝은 본각은 원만하고 청정하여 생사와 온갖 티끌 번뇌와 때 번뇌와 내지 허공까지도 머문 일이 없으니, 모두 허망한 생각으로 발생하여 일어난 경계이니라. 원래 본각이 묘하고 밝고 진실하고 정밀한데서, 허망하게 온갖 물질 세간이 발생했으니, 마치 연야다가 제 머리를 미혹하고 그림자로 잘못 안 일과 같으니라.
망상이 원래 원인이 없는데, 허망한 생각 가운데 인연의 성질을 세우기도 하고, 인연을 미혹한 자는 자연이라고 하나, 저 허공의 본질도 실제는 오히려 환영으로 생겼으니, 인연과 자연도 다 중생의 허망한 마음으로 헤아릴 뿐이니라.

아난아, 망(忘)이 일어난 곳을 안다면 망의 인연을 설하겠으나, 망이 원래 없다면 망의 인연을 설한다 해도 원래 아무것도 없는데, 더욱이 어찌 알지 못하고 자연으로 미루겠느냐?
그러므로 여래는 너에게 5음의 본 모양은 다같이 망상이라고 밝힌 것이니라.
너의 몸은 당초에 부모의 생각으로 생겨났으나, 네 마음이 생각하지 않았다면, 생각 가운데 와서 생명을 전할 수 없었으리라. 내가 앞서 '마음으로 신맛을 생각하면 입에서 침이 생기고, 높은 벼랑에 오른다고 생각하면 발바닥이 시큼하다'고 말했듯이, 높은 벼랑이 있지도 않고 신 물건이 오지도 않았는데, 네 몸이 분명 허망과 통하는 종류가 아니라면, 어째서 신 이야기를 따라 입에서 침이 나오겠느냐? 그러니 마땅히 알아야 한다. 현재 너의 색신을 첫 번째 견고망상이라고 하느니라.

또 말한 바와 같이 높은데 오른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너의 형체에 실제로 시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여기에 수음이 생긴 까닭에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였으니, 네가 지금 현재 이익은 따르고 손해는 어기는 두 가지가 뚜렷이 달리는 작용을, 두 번째 허명망상이라고 하느니라.

네 생각으로 네 몸을 부리고 있는데, 몸은 생각의 종류가 아님에도, 너의 몸은 무슨 이유로 생각의 부림을 따라 가지가지로 본뜨고 마음이 나면 몸이 취해서 생각과 상응하여, 깨어 있는 동안은 생각하고 잠자는 동안은 꿈을 꾸겠느냐? 이렇게 너의 생각이 흔들리는 허망한 정을 세 번째 융통망상이라고 하느니라.

변화하는 이치가 머물지 않고 계속 움직여 가만히 옮기는 가운데, 손톱이 자라고 털이 나고 기운이 스러지고 용모가 쭈그러지면서 밤낮으로 서로 바뀌고 있으나, 잠깐도 깨닫지 못하느니라. 아난아, 이것이 만일 네가 아니라면 어째서 몸이 변하며, 만일 분명 진정한 너라면 어째서 깨닫지 못하는 것이냐? 이렇게 너의 모든 행음이 생각마다 멈추지 않는 작용을 네 번째 유은망상이라고 하느니라.

또 너의 정밀하고 밝고 고요하여 흔들리지 않는 곳을 영원히 변치 않는 경지라고 한다면, 몸에서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작용이 나오지 않아야 하며, 또 만일 참으로 정밀하고 진실한 경지라면 망을 익히는 작용을 용납하지 않아야 하리라. 그런데 무슨 이유로 너희들은 예전에 본 기이한 물건을 여러 해가 지나서 기억하는지 잊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가, 뒤에 홀연히 이전의 기이한 물건을 다시 보면, 분명하게 기억하여 조금도 잃지 않는 것이냐? 이 정교한 앎이 고요하여 흔들리지 않는 가운데 생각마다 받아 훈습하는 작용을 어떻게 헤아리겠느냐?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고요한 경계도 진실이 아니니라. 마치 급하게 흐르는 물이 겉으로 보기엔 담담하여 조용한 듯 하나, 흐름이 빨라서 보이지 않을 뿐, 흐름이 없지 않는 것과 같으니라. 이것이 만일 생각의 근원이 아니라면 어찌 생각의 습기를 받아들이겠느냐? 네 여섯 감관의 서로 융통한 작용이 합쳐 열리지 않는다면, 이 망상은 사라질 때가 없으리라. 그러므로 네가 지금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작용이 가운데를 꿰어 익히는 미세한 기미이니라. 이것이 고요히 아는 속에 있는 듯한 모양이 허무한 상태를 다섯째 전도미세망상이라 하느니라.
아난아, 이 5수음은 다섯 망상으로 이뤄졌느니라.

너는 이제 원인의 경계가 얕은지 깊은지를 알고자 하였으니, 물질과 공은 색음의 가장자리이고, 닿음과 뗌은 수음의 가장자리이며, 기억과 잊음은 상음의 가장자리이고, 사라짐과 생김은 행음의 가장자리이며, 고요한 데 들어가서 고요함과 합함은 식음으로 돌아가는 가장자리니라.
이 5음은 원래 겹겹으로 겹쳐 생겼으니, 생기는 법은 식음을 근거로 있으나, 멸하는 법은 색음으로부터 제거하느니라. 이치로는 단번에 깨달아서 깨달음을 따라 모두 소멸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단번에 없애지 못하니 수행절차를 밟아 없애야 하느니라. 나는 이미 너에게 겁바라천수건의 매듭으로 밝혔는데, 무엇이 분명하지 않아서 다시 또 묻는 것이냐?
너는 마땅히 이 망상의 근원으로 마음을 열어 통하고 나서, 장래 말법의 수행자들에게 전하여 허망함을 알고 깊이 싫어하는 생각이 저절로 우러나게 하며, 열반이 있음을 알고 삼계에 연연하지 않게 하여라.
아난아, 만일 어떤 사람이 시방에 두루 원만한 허공에 가득 찰만한 칠보를 가지고, 티끌처럼 많은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면서 잠시도 헛된 마음으로 보내지 않는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이렇게 부처님께 보시한 인연으로 얼마나 많은 복을 받겠느냐?”
아난이 답했다.
“허공도 다함이 없고 보배도 끝이 없다고 하셨으니, 옛날 어떤 중생은 부처님께 칠전만을 보시하고도, 오히려 몸을 버린 뒤에 전륜성왕이 되었는데, 더욱이 이 눈앞의 허공을 이미 다하고 부처님의 국토가 가득 차도록 모두 진보를 보시한 일이겠습니까? 겁이 끝나도록 말하거나 생각해도 오히려 따를 수 없는데, 이 복이 어찌 또 끝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제불여래의 말씀에는 허망함이 없느니라. 가령 어떤 사람이 몸에 네 가지 무거운 죄와 열 가지 바라이 죄를 가득 짊어지고 순식간에 이곳 저곳의 아비지옥을 겪어야 할 지경이거나, 심지어 시방의 무간지옥을 끝까지 두루 다 겪어야 할 지경이라도, 일념으로 이 법문을 가지고 말겁 가운데 배우지 못한 이들을 깨우칠 수 있다면, 이 사람의 죄와 업장은 생각 따라 소멸해서, 그 받을 지옥고통의 원인은 변하여 안락한 국토가 되느니라. 따라서 얻는 복도 앞의 칠보로 보시한 사람보다 훨씬 뛰어나 백배 천배 천만억 배이며, 이렇게 계속 계산하고 비유해도 따를 수 없느니라.
아난아, 또 만일 어떤 중생이 능히 이 경을 외우고 이 주문을 지닌다면, 내가 아무리 겁이 끝나도록 오래 설할지라도 다 설할 수 없느니라. 내가 가르친 말을 의지해서 가르친 대로 도를 행한다면, 바로 깨달음을 성취하여 더 이상 마구니의 업이 없어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하시자,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와 모든 세상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와 다른 곳에서 온 보살과 이승과 성선동자와 처음 발심한 대력귀신들은 모두들 무척 기뻐하면서 예를 올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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