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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명편

1. 
공자가 말씀하셨다. 
 살고 죽는 것은 수명에 있고,
 부귀한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
2.
세상만사 분수가 이미 정해져 있건만
덧없는 인생 공연히 혼자 바쁘구나.
3.
경행록에서 말한다.
 재앙은 요행으로라도 피할 수 없고,
 복은 두 번 다시 구하지 못한다.
4. 
시절이 도래하니 바람이 등왕각으로 보내고*
운수가 쇠퇴하니 벼락이 천복비를 때린다.*
5.
열자가 말씀하셨다.
 어리석고 귀머거리에 고질병까지 있는 벙어리인데도 집안은 큰 부자일 수 있고,
 지혜롭고 총명한데도 도리어 가난에 허덕일 수 있다.
 연월일시는 분명히 정해져있듯이
 따지고 보면, 사람이 아니라 천명에 달린 것이다.


━━━
* 등왕각은 강서성 남창현에 있는 누각이다. 
 당나라 고조의 아들인 등왕 이원영이 세웠기에 등왕각으로 부른다.
  당나라 천재 시인으로 알려진 왕발이, 어릴 적 어느날 동정호 부근에 머룰 때, 한 노인이 꿈속에 나타나서 등왕각 낙성 잔치에 참석하여 <등왕각서>라는 글을 지으라고 현몽하였다.  동정호 부근에서 등왕각 낙성잔치에 참석하려면 이틀만에 칠백리를 가야만 하는 불가능한 거리였다.  그러나 꿈이 너무나도 생생하여 왕발은 배이 올라탔다.  그런데 마침 순풍이 불어 배는 나는 듯이 달려 등왕각에 도착했고, 지금까지도 명문장으로 불리는 <등왕각서>를 지었다.  될놈 될이란 말이 있다. 잘 되려는 사람은 바람까지 이렇게 도와준다.
* 천복비는 강서성 천복사에 있는 비석이다.
 원나라 마치원이 세웠다고도 하고, 당나라 명필가 구양순이 비문을 썼다고도 한다.
 송나라에 어느 가난한 서생이 유명한 천복산 천복비를 탁본해 돈을 벌고자 결단을 내렸다.  어렵게 당시 재상이었던 범중엄의 도움까지 받아 노잣돈을 구하여, 몇 천리를 달린 끝에 천복산에 도착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도착한 바로 그날밤, 천둥 번개가 몰아치더니 천복비가 산산조각 부서져버렸고, 탁본으로 돈을 벌겠다는 고생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일이 안되려면 이렇게도 망할 수 있는 것이다.

 



順命篇

1. 
子曰 : 
死生이 有命이오 富貴在天이니라. 
2.
萬事分已定이어늘 浮生空自忙이니라. 
3. 
景行錄 云 : 
禍不可倖免이오 福不可再求니라. 
4.
時來風送 藤王閣이오 
運退雷轟 薦福碑라. 
5.
列子 曰 : 
痴聾痼啞도 家豪富요 
智慧聰明도 却受貧이라 
年月日時 該載定하니 
算來由命不由人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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