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00:00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제1권

■ 경을 설하게 된 인연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1,250명의 뛰어난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이 비구들은 모두 번뇌가 없는 대아라한이자 부처님 제자로서, 불법을 지키고 살면서 온갖 세계의 속박을 벗어나, 태어나는 국토마다 위의(威儀)를 성취할 수 있으니, 부처님을 따라 법륜을 굴리면서 부처님께서 당부하신 것을 감당할 만하였다. 또 이 비구들은 계행이 매우 청정하여 널리 삼계의 모범이 되고, 한량없는 응신(應身)으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며 미래의 중생도 건져내어 온갖 번뇌의 얽힘에서 벗어나게 할 이들이다.
이 가운데 지혜가 뛰어난 사리불과 마하목건련과 마하구치라와 부루나미다라니자와 수보리와 우바니사타 등은 이들의 상수(上首) 제자들이다.
또 한량없는 벽지불과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무학(無學)과 처음 배우는 초심자(初心者)들도 다 함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왔다.

마침 비구들이 여름의 안거수행을 마치고 그간의 잘못을 서로 고백하여 참회하는 날이므로, 시방의 보살들도 마음속의 의심을 물어서 결단하기 위하여 자혜롭고 엄한 부처님을 공손히 받들어 심오한 뜻을 듣고자 하였다.
즉시 여래께서 자리를 펴시고 편히 앉으셔서, 모든 법회 대중을 위하여 심오한 법을 설하시니, 법석(法席)의 청정대중은 이전에 들어본 적이 없는 법을 얻었으며, 가릉빈가처럼 맑고 고운 음성이 시방세계에 널리 퍼지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들이 이 도량으로 모여들었는데, 이들의 우두머리는 문수사리이다.
이 때 바사익왕(코살라국의 파세나디 왕)은 부왕의 제삿날에 공양을 차리고, 부처님을 궁궐안으로 초청해서 몸소 영접하는 한편, 겸하여 맛이 뛰어난 음식을 더 많이 마련하여 여러 훌륭한 보살들도 친히 맞아들였다.
동시에 성안의 장자와 거사들도 스님들의 공양을 준비해 놓고 부처님께서 참석해 주시기를 원했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에게 보살과 아라한들을 나눠 거느리고 가서 시주의 청에 응하도록 분부하셨다.

오직 아난만은 미리 별도의 청을 받은지라 멀리 가서 아직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대중의 차례에 참여할 겨를이 없었으며, 이미 동행하는 선배스님이나 지도하는 스님도 없이 혼자 돌아오는 길인데, 그날따라 공양하려는 이도 없었다.
아난은 지나온 성으로 가서 차례로 공양을 얻기 위해 발우를 들고 가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처음으로 스님들께 공양해 본 적이 없는 보시자을 찾아서 공양을 받아야겠다.”
깨끗한 귀족 크샤트리아나 더러운 수드라와 상관하지 않는 모범으로 평등한 사랑을 행하려고 하였다. 이렇게 미천한 신분을 가리지 않으려는 것은, 일체중생에게 한량없는 공덕을 원만하게 성취시키려는 마음을 내었기 때문이다.
또 아난은 여래께서 수보리와 대가섭에게 '아라한이 되고서도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다'고 책망하셨던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활짝 열어 가리지 않는 행으로 모든 의심과 비방을 벗어나신 여래를 우러러 존경하며, 저 성 둘레의 못을 거쳐 성문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공양법에 걸맞게 매우 엄숙한 위의를 갖추었다.
이 때 아난은 걸식하다가 환술을 잘 부리는 마등가녀를 만났다. 마등가는 사비가라의 선범천 주문으로 아난을 음실(婬室)로 끌어들여 음탕한 몸으로 만지고 비비면서 아난의 청정한 계체(戒體)를 망치려고 하였다.

여래께서는 아난이 음욕의 마술에 붙잡힌 것을 아시고 공양을 마치자마자 바로 기원정사로 돌아오시니, 바사익왕과 대신과 장자와 거사들도 다 부처님을 따라와서, 법문의 요지를 듣고자 하였다.
바로 이 때 세존께서는 정수리로 온갖 보배의 두려움 없는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에서는 천 잎의 보배 연꽃이 나왔으며, 연꽃 위에 가부좌하신 화신 부처님께서 신비한 주문을 외우셨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보살에게 그 주문을 가지고 가서 아난을 구해 오도록 분부하셨다. 문수보살은 그 주문으로 나쁜 주문을 소멸시키고, 아난과 마등가를 데리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왔다.

아난이 부처님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슬피 울면서, 아득한 옛적부터 한결같이 불법을 많이 들어 알기만 하고 도의 힘이 완전하지 못함을 한탄하며, 시방 여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신 묘한 삼매와 삼마지와 선나의 가장 뛰어난 방편을 간절히 청하였다.
그러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들과 시방에서 온 여러 훌륭한 아라한들과 벽지불들도 모두 기쁘게 듣기를 원하며, 말없이 물러앉아 거룩한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나는 사촌간이며, 형제나 다름이 없다. 당초에 발심했을 때 나의 법 가운데 어떤 훌륭한 모습을 보았기에, 세상의 깊고 소중한 은혜와 애정을 버렸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여래의 더없이 미묘하고 훌륭한 32상의 형체에서 유리처럼 사무치는 영롱한 빛을 보고, 저는 언제나 '이 모양은 애욕의 기운으로 생기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애욕의 기운은 추하고 탁하여, 비린내와 누린내가 서로 어울리고 고름과 피가 어지럽게 섞였으니, 이렇게 황금 덩어리처럼 훌륭하고 맑고 묘하고 밝은 빛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에 감동하여 간절히 우러러 존경하면서 부처님을 따라 머리를 깎았습니다.”


■ 직심(直心)이 있어야 깨달을 수 있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들었다. 아난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일체중생이 시작 없는 아득한 옛적부터 생사를 계속하는 것은 다 항상하는 진정한 마음의 성품이 맑고 밝은 본체를 알지 못하고, 온갖 허망한 생각을 제 마음으로 잘못 아는 탓이니라. 이 생각이 진실하지 못한 까닭에 생사에서 윤회하니, 네가 이제 더없이 높은 깨달음의 진실하게 열린 밝은 성품을 연마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내가 묻는 말에 곧은 마음으로 대답하여라.
시방 여래께서도 동일한 길을 따라 생사를 벗어나셨는데, 모두 곧은 마음, 직심(直心)으로 행하셨느니라.
마음과 말씀이 곧은 까닭에 그렇게 처음에서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그 중간에 조금도 구부러진 모양이 없으셨느니라.


■ 칠처징심 : 일곱 곳에 걸쳐 마음의 주처를 탐색하는 아난의 고정관념을 타파하심

아난아. 내가 이제 너에게 묻겠노라.
네가 답하기를 여래의 32상을 보고 출가할 마음을 내었다고 하였으니, 무엇으로 보았으며 무엇으로 좋아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렇게 좋아한 것은 저의 마음과 눈입니다. 눈으로 여래의 거룩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저는 발심하여 생사에서 벗어나기를 원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진실로 좋아한 동기가 마음과 눈에 있다고 말했으니, 만일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번뇌를 항복시킬 수 없느니라. 마치 적의 침략을 당한 국왕이 군대를 일으켜 적을 토벌하려면 적군의 소재를 알아야 하는 것처럼, 너를 생사에 흘러 다니게 한 것은 마음과 눈의 잘못이니, 마음과 눈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너에게 묻겠노라. 마음과 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세간의 열 가지 중생은 누구나 똑같이 그 분별하는 마음은 몸 안에 있고, 눈은 얼굴에 있습니다. 비록 푸른 연꽃과 같은 부처님의 눈을 보아도 부처님의 얼굴에 있으며, 이제 제 눈을 보아도 제 얼굴에 있을 뿐이니, 이렇게 아는 마음은 몸속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현재 여래의 강당에 앉아 있으니, 기타림 숲을 보라. 지금 기타림 숲은 어디에 있느냐?”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이 큰 중각의 청정한 강당은 급고원에 있으며, 기타림 숲은 강당 밖에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지금 강당 안에서 먼저 무엇을 보느냐.?”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강당 안에서 먼저 여래를 보고, 그 다음에 대중을 보고, 이와 같이 밖을 보아야만 비로소 기타림 숲과 정사 건물을 보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기타림 숲과 정사 건물을 본다고 했으니, 어떻게 보았느냐.?”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이 큰 강당의 문과 창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저는 강당 안에 있으면서 먼 곳까지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대중 가운데 황금색의 팔을 펴시고 아난의 정수리를 만지시면서 아난과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여기 삼마제(삼매)가 있으니 ‘대불정수능엄왕’이라고 이름한다. 온갖 행법이 원만하게 갖춰져 있어서, 시방 여래께서 한 문으로 뛰어나신 묘하게 장엄된 길이니라.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아난은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엎드려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하기를 몸이 강당 안에 있으면서 문과 창이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멀리 기타림 숲과 급고원을 본다고 했으니, 어떤 중생이든지 이 강당 안에 있으면서 먼저 여래를 보지 못하고 강당 밖을 보겠느냐?”
아난이 답했다.
“세존이시여. 강당 안에 있으면서 여래를 보지 못하고 밖의 숲과 냇물을 볼 리가 없습니다.”
“아난아. 너도 마찬가지다. 네 마음은 일체를 밝게 알고 있으니, 만일 너의 현재 밝게 아는 마음이 네 몸 안에 있다면, 먼저 당연히 몸속을 밝게 알아야 한다. 어떤 중생이 먼저 몸속을 보고 나서 바깥 물건을 보겠느냐? 비록 심장, 간장, 비장, 위장은 볼 수 없더라도, 손톱이 나고 털이 자라고 근육이 움직이고 맥이 뛰는 정도는 참으로 당연히 밝게 알아야 하는데, 어째서 모르느냐? 분명 몸속도 모르는데 어떻게 밖을 알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깨닫고 아는 마음이 몸 안에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아난이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이렇게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보니 제 마음이 몸 밖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방안에 등불을 켰을 때 그 불빛은 반드시 먼저 방안을 비추고 나서 그 방문으로부터 뒤에 뜰과 마당까지 비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일체중생이 몸속을 못보고 홀로 몸 밖만을 보는 것은, 방밖에 있는 등불이 방 속을 비추지 못하는 경우와 같겠습니다. 이 뜻은 확실하여 의심할 여지가 없으니, 부처님의 분명한 뜻과 일치하여 잘못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비구들은 좀 전에 나를 따라 사위성에서 법식대로 공양을 얻고 기타림 숲으로 돌아왔다. 나는 이미 공양을 끝냈으나, 공양하고 있는 저 비구들을 보아라. 한 사람의 공양으로 모든 사람이 다 배부를 수 있겠느냐?”
아난이 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비구들은 비록 아라한일지라도, 몸과 목숨이 똑같지 않은데, 어떻게 한 사람의 공양으로 모든 사람이 다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너의 깨닫고 알고 보는 마음이 참으로 몸밖에 있다면, 몸과 마음은 서로 따로 떨어져서 저절로 상관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마음이 아는 것을 몸은 깨달을 수 없어야 하며, 몸이 아는 것을 마음은 알 수 없어야 한다. 너는 이제 내 도라면손을 보아라. 네 눈이 보면서 마음도 함께 분별하느냐?”
아난이 답했다.
“예, 분별합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네 눈과 마음이 서로 안다면, 어째서 네 마음이 밖에 있다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깨달아 아는 마음이 몸밖에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몸속을 보지 못하므로 몸 안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몸과 마음이 서로 알면서 서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몸밖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자금 생각해 보니 그 마음이 있는 한 곳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한 곳이란 어디를 말하느냐.?”
아난이 말했다.
“이 분명하게 아는 마음이 몸속을 알지 못하면서도 밖은 잘 보고 있으니, 제 생각으로는 눈 속에 가만히 숨어 있겠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유리조각으로 두 눈을 가렸을 경우, 비록 눈은 물체에 가렸으나 아무런 장애 없이 저 눈이 보는 대로 마음이 따라 곧 분별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나의 깨달아 아는 마음이 몸속을 못 보는 것은 눈에 있기 때문이며, 밖을 분명하게 보면서 걸림이 없는 것은 눈 속에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말대로 눈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유리로 가린 것과 같다면, 유리로 눈을 가린 사람이 산과 강을 볼 때 유리를 보겠느냐.”
아난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은 유리로 눈을 가렸기 때문에 당연히 유리를 보게 됩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이 눈에 유리를 댄 것과 같다면, 산과 강을 볼 때 어째서 눈을 못 보는 것이냐? 만일 눈을 본다면 눈은 곧 경계와 똑같아서 '눈이 보는 대로 마음이 따라 분별한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으며, 만일 눈을 볼 수 없다면, 어째서 이 분별하고 아는 마음이 눈에 유리를 댄 것처럼 눈 속에 숨어 있다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깨달아 아는 마음이 눈에 유리를 댄 것처럼 눈 속에 가만히 숨어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어. 저는 이제 또 이렇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중생의 몸을 보면 5장는 속에 들어있고 구멍은 밖에 있으니, 부장에 있으면 어둡고 구멍에 있으면 밝습니다. 지금 제가 부처님을 상대하여 눈뜨고 밝음을 보는 것으로 몸 밖을 본다 하고, 눈감고 어둠을 보는 것으로 몸속을 본다고 한다면, 이 뜻은 어떻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눈을 감고 어둠을 볼 때 이 어두운 경계가 눈과 상대하였느냐, 눈과 상대하지 않았느냐? 만일 눈과 상대했다면 어둠은 눈앞에 있으니, 어떻게 몸속이 성립되겠느냐? 만일 눈앞의 어둠으로 몸속이 성립된다고 한다면, 해와 달과 등불도 없는 암실에 있을 때는, 그 방안의 어둠은 온통 너의 내장이겠구나. 만일 어둠이 눈과 상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보는 것이 성립되겠느냐.
만일 바깥 보는 것을 떠나서 안의 상대가 성립된다 하여, 눈감고 어둠을 보는 것으로 몸속을 본다고 한다면, 눈뜨고 밝은 것을 볼 때는 어째서 얼굴을 못 보느냐? 만일 얼굴을 못 본다면 안을 상대하여 본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으리라. 얼굴 보는 것이 성립된다면, 이 분별하여 아는 마음은 눈과 함께 허공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속을 본다는 말이 성립되겠느냐? 만일 허공에 있다면 그 자체로 네 몸이 아니며, 이 여래가 지금 네 얼굴을 보는 것도 마땅히 네 몸이라고 해야 하겠구나. 그렇다면 허공에 있는 네 눈은 이미 안다 해도 당연히 몸은 깨닫지 못해야 한다. 네가 끝까지 고집하여 몸과 눈이 둘 다 안다고 한다면, 당연히 두 아는 작용이 있어야 하고, 너 한 사람이 마땅히 두 부처를 이뤄야 하리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어둠을 보는 것으로 몸속을 본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아난이 말했다.
“저도 항상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사부대중에게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법이 생기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마음이 생긴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이 말씀을 생각하였으며, 이 생각하는 자체가 바로 제 심성이니, 합하는 곳을 따라서 마음이 따라 있을 뿐, 안과 밖과 중간의 세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법이 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마음이 생긴다고 하여, 합하는 곳을 따라서 마음이 따라 있다고 한다면, 이 마음이 자체가 없으면 합할 곳이 없을 것이며, 만일 자체가 없어도 합할 수 있다고 한다면, 19계가 7진을 따라 합한다는 말이니, 전혀 뜻이 되지 않는다. 만일 자체가 있다면, 너는 손으로 네 몸을 찔러 보아라. 네 아는 마음이 안에서 나오느냐? 밖에서 들어오느냐? 안에서 나온다면 몸속을 보아야 하고, 밖에서 들어온다면 마땅히 얼굴을 보아야 한다.”
아난이 말했다.
“보는 것은 눈이고 마음으로 아는 것은 눈이 아닌데 마음이 본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눈만으로도 볼 수 있다면, 네가 방안에 있을 때, 문만으로 볼 수 있겠느냐? 그렇다면 이미 죽은 사람들도 아직 눈을 가지고 있으니, 마땅히 다 물건을 보아야 하리라. 만일 물건을 본다면 어찌 죽었다고 하겠느냐.
아난아, 또 너의 깨달아 아는 마음이 만일 분명 자체가 있다면, 그 체는 하나이냐, 여럿이냐? 지금 네 몸에 두루 한 체냐, 두루 하지 않는 체냐? 만일 체가 하나라면, 너는 손으로 한 팔을 찔렀을 때, 4지가 다 느껴야 하고, 만일 다 느낀다면 마땅히 찌른 자리가 따로 없으리라. 만일 찌른 자리가 따로 있다면, 체가 하나란 뜻은 저절로 성립될 수 없다. 만일 체가 여럿이라면 여러 사람이 될 텐데, 어느 체를 너라고 하겠느냐.
만일 네 몸에 두루 한 체라면, 앞서 한 팔을 찔렀을 때처럼, 몸 전체가 다 느껴야 할 것이며, 만일 네 몸에 두루 하지 않는 체라면, 너는 머리를 만지면서 발도 만져 보아라. 머리가 만지는 줄 안다면 발은 당연히 만지는 줄을 몰라야 하지만, 너는 지금 그렇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합하는 곳을 따라서 마음이 따라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도 들었습니다만, 부처님께서는 문수 등 모든 법왕자와 더불어 실상을 담론하시면서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따라 생각해보니, 마음이 안에 있다면 몸속을 못 보고, 밖에 있다면 서로 알지 못하며, 몸속을 알지 못하므로 안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몸과 마음이 서로 알기 때문에 밖에 있다고 해도 옳지 않습니다. 이제 몸과 마음이 서로 알면서도 몸속을 못 보니, 마음은 당연히 중간에 있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마음이 중간에 있다고 하였으니, 그 중간이란 애매하지 않아서, 반드시 일정한 곳이 없지 않으리라. 지금 너는 중간을 찾아보아라. 중간이 어디에 있느냐? 딴 곳에 있느냐, 네 몸에 있느냐? 만일 몸에 있다면, 몸 주변이면 중간이 아니며, 몸속이면 내장을 보아야 한다. 만일 딴 곳에 있다면, 표시할 수 있느냐, 표시할 수 없느냐? 표시할 수 없으면 중간이 없는 것이며, 표시한다 해도 일정하지 않으리라. 왜냐 하면 어떤 사람이 푯말을 세워 중간을 표시할 때, 동쪽에서 보면 서쪽이고, 남쪽에서 보면 북쪽이니, 표시 자체가 이미 혼란하여 마음이 뒤섞여 어지럽기 때문이다.”
아난이 말했다.
“제가 말한 중간은 이 두 가지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눈과 색이 인연하여 안식이 생긴다'고 말씀하신 바와 같이, 눈에는 분별작용이 있고, 색 경계는 아는 작용이 없는데서, 식이 그 중간에서 생기므로, 이 중간을 마음이 있는 곳이라고 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마음이 만일 눈과 색 경계의 중간에 있다면, 이 마음 자체는 눈과 색의 둘[二; 根塵]을 겸했느냐, 둘을 겸하지 않았느냐.
만일 둘을 겸했다면, 색[物; 塵]과 눈[體; 根]이 어지럽게 섞일 뿐 아니라, 색[物; 塵]은 눈[體; 根]의 분별작용이 아니니 색의 무지와 눈의 분별이 딴 편으로 갈라설 텐데, 어찌 중간이 되겠느냐.
둘을 겸하지 않았다면, 눈의 분별도 색의 무지도 아니어서, 자체의 성품이 없는데, 중간이란 어떤 모양이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마음이 중간에 있다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어. 제가 예전에 들으니, 부처님께서 목건련과 수보리와 부루나와 사리불 등 네 제자와 함께 법륜을 굴리시면서 '깨닫고 알고 분별하는 마음은 안에도 있지 않고, 밖에도 있지 않고, 중간에도 있지 않아서, 어디에도 있는 곳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일체 무착이 마음이라는 뜻이니, 제가 이 무착을 마음이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말대로 깨닫고 알고 분별하는 마음이 어디에도 있지 않다면, 세상과 허공의 물과 육지에서 날아다니고 기어 다니는 온갖 물상을 일체라고 하는데, 네가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일체가 있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일체가 없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일체가 없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면, 거북이의 털과 토끼의 뿔처럼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겠느냐? 또 일체가 있는 데서 집착하지 않는다면, 집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리라. 모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고, 없지 않으면 모양이 있는 것이며, 모양이 있으면 마음이 있으니, 어찌 집착이 없다고 하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라. 일체에 집착이 없는 것을 깨닫고 아는 마음이라는 네 말은 옳지 않느니라.”


그러자 아난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을 걷어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어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공손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부처님의 가장 어린 아우로서 부처님의 자애로운 혜택을 입고 비록 지금 출가했다고 하나, 오히려 귀염만을 믿고 많이 듣고 알기만 하다가, 여태껏 무루법(無漏法)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사비가라 주문도 꺾지 못하고, 마등가의 홀림을 당하여 음실에 빠졌으니, 이것은 진실한 경지로 가는 길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대비를 내리시어 저희들을 가엾게 여기셔서 사마타의 길을 열어 보이시고, 모든 천제들도 추악한 성격을 헐어버리게 하옵소서.”
이렇게 말하고 나서 온몸을 땅에 던져 대중과 함께 정성을 기울여 공손히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다른 화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