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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인 칠대를 밝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항상 화합하는 인연을 말씀하실 때마다 '일체 세상의 가지가지 변화는 모두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大)의 화합으로 나타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여래께서는 인연과 자연을 모두 물리치십니까? 저는 지금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오니, 부디 가련하게 여기시고 중생들에게 희론법을 떠난 중도의 완전한 뜻을 열어 보여주옵소서.”
이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먼저 성문과 연각의 모든 소승 법을 싫어하여 더없이 높은 깨달음을 열심히 구하려고 발심했기 때문에, 나는 방금 너를 위해서 가장 뛰어난 법을 열어 보여줬는데도, 어째서 또 세상의 희론인 망상의 인연에 스스로 얽매는 것이냐? 네가 비록 들은 지식이 많을지라도, 마치 약을 말하는 사람이 바로 눈앞에 진실한 약이 있으나 분별할 수 없는 것과 같으니, 여래는 참으로 가련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마땅히 너에게 분별하여 열어 보일 뿐 아니라, 미래에 대승을 닦는 사람들에게도 실상을 통달케 하리라.”

그러자 아난은 말없이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고자 하였다.

“아난아, 네가 말한 대로 4대의 화합으로 세상의 가지가지 변화가 나타난다면, 아난아, 만일 저 요소의 성질 자체가 화합이 아니라면, 모든 요소와 섞여 어울릴 수 없음은 마치 허공이 모든 물체와 어울리지 않는 것과 같을 것이며, 만일 화합하는 성질이라면 한가지로 변화하여 시작과 끝을 서로 이루면서 생멸이 상속하여, 났다가 죽고 죽었다가 나며 나고 나며 죽고 죽기를 마치 불덩어리가 쉴 새 없이 돌 듯 반복하리라. 아난아, 또 마치 물이 얼음이 되었다가 얼음이 다시 물이 되듯 반복하느니라.
너는 흙의 성질을 보아라. 긁어서는 대지가 되고, 가늘어서는 미진이 되었다가 인허진(鄰虛塵, 허공에 가까운 티끌)이 되느니라. 인허진은 저 극미한 물질의 가장자리를 일곱 몫으로 쪼갠 것이며, 다시 인허진을 쪼갠 것이 바로 완전한 허공의 성질이니라.
아난아, 만일 이 인허를 쪼개어 허공이 된다면, 마땅히 허공이 색상을 출생시킨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너는 지금 '화합한 까닭에 세상의 온갖 변화하는 모양이 출생하는가'를 물었으니, 너는 또 이 점을 생각해보아라. 한 인허진은 얼마의 허공을 들여 화합해야만 생기겠느냐? 당연히 인허진이 합쳐서 인허진이 되지는 않으리라. 또 인허진을 쪼개어 허공이 되려면 얼마의 색상을 들여 합해야만 허공이 되겠느냐? 만일 색과 합할 때라면 색과 합했으니 허공이 아니며, 만일 허공과 합할 때라면 허공과 합했으니 물질이 아니다. 색은 오히려 쪼갤 수 있겠으나, 허공을 어떻게 합하겠느냐?
너는 원래 여래장 안에 성품이 색인 진실한 공과 성품이 공인 진실한 색이 본래 그대로 청정하여 법계에 두루 원만한 가운데,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각자의 아는 능력에 응하는 줄을 모르고 있느니라.
업을 좇아 출현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인연과 자연의 본질로 잘못 알고 있느니라. 이것은 모두 이 인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여 헤아리는 작용이니, 단지 말만 있을 뿐 전혀 진실한 뜻이 없느니라.

아난아, 불의 성질은 자체가 없으니 여러 인연에 의지하느라. 너는 성안의 식전의 집들을 보아라. 밥을 지으려고 불을 지필 때, 손에 불 거울(陽燧; 火鏡)을 들고 햇빛에서 불을 피우고 있느니라. 아난아, 이를 화합이라고 한다면, 너와 나와 1,250비구가 지금 화합하여 한 대중이 된 것과 같다. 대중으로는 비록 하나이지만 그 근본을 따져보면, 각자의 몸이 따로 있으며, 다들 태어난 씨족의 이름이 있으니, 사리불은 바라문족이고, 우루빈라는 가섭파족이며, 그리고 아난은 구담족이다.
아난아, 만일 이 불의 성질이 화합 때문에 생긴다면, 저 사람이 손에 거울을 잡고 해에서 불을 피울 때, 이 불은 거울에서 나오겠느냐? 쑥에서 나오겠느냐? 해에서 오겠느냐?아난아 만일 해에서 온다면, 해가 스스로 네 손안의 쑥을 태웠으니, 해가 온 곳의 수풀들은 마땅히 불에 타야 한다. 만일 거울에서 나온다면, 스스로 거울에서 나와 쑥을 태웠는데, 어째서 거울은 녹지 않았느냐? 거울을 잡은 네 손도 오히려 뜨거운 기운이 없는데, 어찌 거울이 녹겠느냐?만일 쑥에서 생긴다면, 무엇 때문에 해와 거울과 빛을 빌려 서로 접촉해야만 불이 생기겠느냐?
너는 또 자세히 살펴보아라. 거울은 손에 잡혀 있고, 해는 하늘에서 오며, 쑥은 본래 땅에서 나는데, 불은 어느 곳으로부터 와서 여기를 지나가겠느냐? 해와 거울은 서로 멀리 떨어져서 어울리지도 않고 합하지도 않으며, 불빛이 온 곳 없이 저절로 있다고도 하지 못한다.
너는 오히려 여래장 안에 성품이 불인 진실한 공과 성품이 공인 진실한 불이 본래 그대로 청정하여 법계에 두루 원만한 가운데,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각자의 아는 능력에 응하는 줄을 모르고 있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라. 세상 사람이 한 곳에서 거울을 들고 불을 피우면 한 곳에 불이 생기고, 법계에서 두루 거울을 들고 불을 피우면 세상 가득 불이 일어나서 세상을 가득 채울 텐데, 어찌 따로 장소가 있겠느냐?
업을 좇아서 출현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인연과 자연의 본질로 잘못 알고 있느니라. 이것은 다 이 인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여 헤아리는 작용이니, 단지 말만 있을 뿐, 전혀 진실한 뜻이 없느니라.

아난아, 물의 성질은 일정하지 않아서 흐르고 그침이 한결같지 않느니라. 저 사위성의 선인 가비라와 선인 작가라와 발두마와 하살다와 같은 여러 뛰어난 환술사들이 달의 정기를 받아서 환술약을 만들 때, 그들은 보름날 밤중에 구슬 소반을 손에 들고 달 속의 물을 받는다. 이 물은 구슬 소반에서 나오겠느냐? 허공 가운데 저절로 있겠느냐? 달에서 나오겠느냐?
만일 달에서 나온다면, 오히려 먼 곳인데도 구슬 소반에서 물이 나올 수 있게 하였으니, 거쳐 온 숲과 나무들은 다 당연히 물을 토해서 흘려보내야 한다. 흐른다면 무엇 때문에 구슬 소반에서 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겠으며, 흐르지 않는다면 물이 달에서 흐르지 않음이 분명하다.
만일 구슬 소반에서 나온다면, 이 구슬 소반에서는 마땅히 항상 물이 나와야 할 텐데, 무엇 때문에 한밤중의 보름달을 기다려 물을 받겠느냐?
만일 허공에서 생긴다면, 허공의 본질은 끝이 없으니, 물도 마땅히 끝없이 흘러야 한다. 그러면 인간에서 하늘까지 모두 함께 물 속에 잠길 텐데, 어찌 물과 육지와 허공을 따로 행할 수 있겠느냐?
너는 자세히 살펴보아라. 달은 하늘에서 떠오르고, 구슬 소반은 손에 잡혀 있고, 구슬 안의 물을 받는 소반은 그 사람이 펴놓은 것인데, 물은 어디로부터 와서 여기까지 흘러들었느냐? 달과 구슬은 서로 멀리 떨어져서 어울리지도 않고 합하지도 않으며, 물의 정기가 온 곳 없이 저절로 있다고도 하지 못한다.
너는 오히려 여래장 안에 성품이 물인 진실한 공과 성품이 공인 진실한 물이 본래 그대로 청정하여 법계에 두루 원만한 가운데,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각자의 아는 능력에 응하는 이치를 모르고 있느니라.
한 곳에서 구슬을 잡으면 한 곳에서 물이 나오고, 법계에서 두루 구슬을 잡으면, 법계에 가득 물이 생길 텐데, 어찌 따로 장소가 있겠느냐?
업을 좇아서 출현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인연과 자연의 본질로 잘못 알고 있느니라. 이것은 다 이 인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여 헤아리는 작용이니, 단지 말만 있을 뿐, 전혀 진실한 뜻이 없느니라.

아난아, 바람의 성질은 자체가 없으니, 흔들리고 고요함이 한결같지 않다. 네가 항상 법의를 바로 고쳐 입고 대중의 모임에 들어갈 때마다 승가리 자락이 흔들리면 그 흔들림이 옆 사람에게 닿아서 그 사람의 얼굴에 가벼운 바람이 스친다. 이 바람은 가사 자락에서 나오겠느냐, 허공에서 일어나겠느냐? 그 사람의 얼굴에서 생기겠느냐?
이 바람이 만일 가사 자락에서 나온다면, 너는 바로 바람을 입었으니, 그 옷은 펄럭이고 날리어 분명 너의 몸에서 떠나리라. 나는 지금 설법하면서 모임 가운데 법의를 드리웠으니, 너는 내 옷을 보아라. 바람이 어디에 있느냐? 당연히 내 옷 속에 바람을 감춰둔 자리가 있다고 하지는 않으리라.
만일 허공에서 생긴다면, 네 옷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어째서 나부낌이 없느냐? 허공은 항상 머무는 성질이니, 바람도 마땅히 항상 생겨야 한다. 만일 바람이 없을 때면 허공도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데, 없어진 바람은 볼 수 있겠으나, 없어진 허공은 어떤 모양이겠느냐? 만일 생멸이 있다면 허공이라 할 수 없고, 허공이라고 한다면 어찌 바람이 나오겠느냐?
만일 바람이 저절로 스친 상대의 얼굴에서 생겼다면, 상대의 얼굴에서 나왔으니, 마땅히 너를 스쳐야 한다. 너 자신이 옷을 고쳐 입었는데 어째서 거꾸로 상대를 스쳐간 것이냐? 너는 자세히 살펴보아라. 옷을 고쳐 입은 것은 너이고, 얼굴은 저 사람에게 있으며, 허공은 고요하여 흔들려 흐르는 것과 상관이 없는데, 바람은 어디로부터 불어와서 여기를 흔드는 것이냐?
바람과 허공은 성질이 달라서 어울리지도 않고 합하지도 않으며, 바람의 성질이 온 곳 없이 저절로 있다고도 하지 못한다.
너는 전혀 여래장 안에 성품이 바람인 진실한 공과 성품이 공인 진실한 바람이 본래 그대로 청정하여 법계에 두루 원만한 가운데,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각자의 아는 능력에 응하는 이치를 모르고 있느니라.
아난아, 너 한 사람이 옷을 가볍게 펄럭이면 가벼운 바람이 일고 법계에서 두루 펄럭이면 국토 가득 생겨서 세간에 두루 가득할 텐데, 어찌 따로 장소가 있겠느냐?
업을 좇아서 출현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인연과 자연의 성질로 잘못 알고 있느니라. 이것은 모두 이 인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여 헤아리는 작용이니, 단지 말만 있을 뿐, 전혀 진실한 뜻이 없느니라.

아난아, 허공의 성질은 형상이 없으므로 물체로 인하여 드러나느니라. 사위성 안에 강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크샤트리아와 바라문과 비사와 수타와 전타라들이 살 집을 새로 세우려고 우물을 파서 물을 구할 때, 흙이 한 자쯤 나오면 그 자리에 한 자의 허공이 생기고, 이렇게 흙이 한 길 나오면 중간에 다시 한 길의 허공이 생기는데, 허공의 얕고 깊음은 나오는 흙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느니라. 이 허공은 흙 때문에 나오겠느냐, 파냄 때문에 나오겠느냐, 원인 없이 저절로 생기겠느냐?
아난아, 만일 이 허공이 원인 없이 저절로 생긴다면, 흙을 파기 전에는 어찌하여 막혀서 오직 대지만 볼 뿐, 멀리 환하게 통하지 않았느냐?
만일 흙 때문에 나온다면, 흙이 나올 때는 마땅히 들어가는 허공을 보아야 하며, 만일 흙이 먼저 나오는데 들어가는 허공이 없다면, 어찌 허공이 흙 때문에 나온다고 하겠느냐? 만일 나오고 들어가지 않는다면, 마땅히 허공과 흙은 원래 다른 원인이 없어야 한다. 다르지 않다면 같은 것인데, 흙이 나올 때 어째서 허공이 나오지 않느냐?
만일 파냄 때문에 나온다면, 파는 자체로 허공만 나오고 당연히 흙은 나오지 않아야 하며, 파냄 때문에 나오지 않는다면, 팔 때마다 저절로 흙만 나와야 하는데, 어째서 허공을 보는 것이냐?
너는 다시 조심하고 주의해서 자세히 관찰하여라. 파는 기구는 사람의 손에서 방향을 따라 운전하고 흙은 땅을 따라 옮기는데, 이러한 허공은 무엇을 근거로 나오겠느냐? 파냄과 허공의 허와 실은 서로 작용하지 않아서 어울리지도 않고 합하지도 않으며, 허공이 온 곳 없이 저절로 나온다고도 하지 못한다.
만일 허공의 성질이 두루 원만하여 본래 동요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현재 눈앞의 흙과 물과 불과 바람과 함께 다섯 요소라고 하며, 성품이 진실하고 원만하고 융통한 여래장으로서 본래 생멸이 없는 자리이니라.
아난아, 너는 마음이 혼미하여 네 요소가 원래 여래장인 줄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바로 허공을 보아라. 나오겠느냐 들어가겠느냐,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않겠느냐?
너는 전혀 여래장 안에 성품이 깨달음인 진실한 공과 성품이 공인 진실한 깨달음이 본래 그대로 청정하여 법계에 두루 원만한 가운데,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각자의 아는 능력에 응하는 이치를 모르고 있느니라.
아난아, 한 우물이 공하면 허공이 한 우물만큼 생기듯 시방의 허공도 이와 같은데, 시방에 원만한 허공이 어찌 따로 장소가 있겠느냐?
업을 좇아서 출현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인연과 자연의 본질로 잘못 알고 있느니라. 이것은 모두 이 인식하는 마음이 분별하여 헤아리는 작용이니, 단지 말만 있을 뿐, 전혀 진실한 뜻이 없느니라.

아난아, 눈의 보는 작용(감각기관 작용)에는 아는 작용이 없으니, 색과 공을 따라서 아는 작용이 생기느니라. 네가 지금 기타림 숲에 있어도 아침이면 밝고 저녁이면 어두워지며, 가령 밤중일지라도 보름이면 밝고 그믐이면 캄캄하다. 이러한 밝고 어두운 경계를 따라 보는 작용이 가려내고 있으니, 이 보는 작용은 밝고 어두운 모양과 넓은 허공과 더불어 동일체이겠느냐? 동일체가 아니겠느냐? 혹은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하겠느냐? 혹은 다르기도 하고 다르지 않기도 하겠느냐?
만일 이 보는 작용이 밝음과 어둠과 넓은 허공과 더불어 원래 일체라면, 밝음과 어둠의 두 체는 서로 없어져서, 어두울 때는 밝음이 없고 밝을 때는 어둠이 없으리라. 만일 어둠과 일체라면 밝을 때는 보는 작용이 없을 것이며, 밝음과 일체라면 어두울 때는 보는 작용이 멸하리라, 이렇게 멸한다면 어떻게 밝음을 보고 어둠을 보겠느냐? 만일 어둠과 밝음은 다르나 보는 작용에 생멸이 없다면, 일체가 어떻게 성립되겠느냐?
만일 이 보는 정기가 어둠과 밝음과 더불어 일체가 아니라면, 너는 밝음과 어둠과 허공을 떠나서 보는 작용의 근원을 가려내 보아라. 어떤 형상이 되겠느냐? 밝음을 떠나고 어둠을 떠나고 허공을 떠나면, 이 보는 작용의 근원은 거북의 털이나 토끼의 뿔처럼 없을 것이며, 밝음과 어둠과 허공의 세 일과 모두 다르다니, 무엇으로 보는 작용을 세우겠느냐?
밝음과 어둠은 서로 등진 것인데, 어떻게 혹 동일하기도 하다고 하겠느냐? 밝음과 어둠과 허공의 셋을 떠나서는 보는 정기는 원래 없는데, 어떻게 다르기도 하다고 하겠느냐? 허공을 가려 나누고 보는 작용을 가려 나누려면 본래 경계선이 없는데, 어찌 동일하지 않기도 하다고 하겠느냐? 어둠을 보고 밝음을 보아도 성품은 변하여 옮기지 않는데, 어찌 다르지 않기도 하다고 하겠느냐?
너는 더욱 자세히 생각하고 세밀하게 살펴서 깊이 관찰하여라. 밝음은 태양을 좇고 어둠은 그믐밤을 따르고, 통함은 허공에 속하고 막힘은 대지로 돌아가는데, 보는 정기는 무엇을 근거로 나오겠느냐? 보는 작용은 감각이며 허공은 완고하여 어울리지도 않고 합하지도 않으며, 보는 정기가 온 곳 없이 저절로 나온다고도 하지 못한다.
만일 보고 듣고 아는 작용의 성품이 두루 원만하여 본래 흔들리지 않는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끝이 없고 움직이지 않는 허공과 흔들리는 흙과 물과 불과 바람과 함께 여섯 요소라고 하며, 성품이 진실하고 원만하고 융통한 여래장으로서 본래 생멸이 없는 자리이니라.
아난아, 네 성품이 망상에 깊이 잠겨서 너의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작용이 본래 여래장인 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느니라. 너는 마땅히 이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작용을 보아라. 생기겠느냐, 멸하겠느냐? 같겠느냐, 다르겠느냐? 생기지도 멸하지도 않겠느냐, 같지도 다르지도 않겠느냐?
너는 잠시도 여래장 안에 성품이 보는 작용인 깨달음의 밝음과 깨달음의 정기인 밝은 보는 작용이 본래 그대로 청정하여 법계에 두루 원만한 가운데,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각자의 아는 능력에 응하는 이치를 모르고 있느니라.
한 보는 근원의 보는 작용이 법계에 두루 원만함과 같이, 듣는 작용과 맡는 작용과 맛보는 작용과 닿는 작용과 인식작용의 묘한 덕도 환하여 법계에 주변하고 시방 허공에 원만하니, 어찌 따로 장소가 있겠느냐?
업을 좇아서 출현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인연과 자연의 본질로 잘못 알고 있느니라. 이것은 모두 이 인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여 헤아리는 작용이니, 단지 말만 있을 뿐, 전혀 진실한 뜻이 없느니라.

아난아, 인식 자체는 근원이 없으니, 여섯 가지 감관과 대상을 따라서 허망하게 나오느니라. 너는 지금 이 법회의 성중을 두루 눈으로 빙 둘러 보아라. 그 눈이 두루 보는 작용은 단지 거울 속의 모습이 따로 분별하지 않는 것과 같을 뿐이다.
너는 그 가운데를 인식해서 차례로 표하여 '이 사람은 문수요, 이 사람은 부루나요, 이 사람은 목건련이요, 이 사람은 수보리요, 이 사람은 사리불이다'라고 가리켜 보아라. 이 인식이 밝게 아는 작용은 보는 작용에서 생기겠느냐? 모양에서 생기겠느냐? 허공에서 생기겠느냐? 까닭 없이 불쑥 나오겠느냐?
만일 네 인식 자체가 보는 작용 가운데서 생긴다면, 밝음과 어둠과 물체와 허공과 관계가 없으니, 이 네 가지가 분명히 없다면 원래 너의 보는 성품도 없으리라. 보는 성품도 오히려 없는데 어디에서 인식이 일어나겠느냐?
만일 네 인식 자체가 모양에서 생긴다면, 보는 작용에서 생기지 않았으니, 이미 밝음을 볼 수 없고 어둠도 볼 수 없느니라. 밝음과 어둠을 볼 수 없다면 곧 물체와 허공도 없으니 저 모양들도 오히려 없을 텐데, 인식은 어디에서 일어나겠느냐?
만일 허공에서 생긴다면, 모양도 아니고 보는 작용도 아니니, 보는 작용이 아니면 분간하지 못해서 스스로 밝음과 어둠과 물체와 허공을 알지 못할 것이며, 모양이 아니면 인연이 사라져서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작용이 설자리가 없으리라. 이 모양도 아니고 보는 작용도 아닌 곳에 처한다면, 공이라면 없는 것과 같을 것이며, 있어도 물체와 같지 않으니, 너의 인식이 일어난들 무엇을 분별하고자 하겠느냐?
만일 까닭 없이 불쑥 나온다면, 어째서 대낮에는 밝은 달을 인식하지 못하느냐?
너는 더욱 곰곰이 생각하여 세밀하게 살펴보아라. 보는 작용은 너의 눈동자에 맡기고 모양은 앞 경계에 미루고, 모양이 될 만한 것은 있는 것이 되고, 모양이 아닌 것은 없는 것이 되는데, 이러한 인식의 인연은 무엇을 근거로 나오는 것이냐?
인식은 움직이지만 보는 작용은 고요하여, 어울리지도 않고 합하지도 않으며, 듣고 깨닫고 아는 작용도 이와 같으니, 인식의 연이 나온 곳 없이 나온다고도 하지 않아야 한다.
만일 이 인식하는 마음이 본래 온 곳이 없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분별하고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작용이 원만하고 고요하여 그 성품이 온 곳이 없으니, 저 허공과 흙과 물과 불과 바람을 겸하여 함께 일곱 요소라고 하며, 성품이 진실하고 원만하고 융통한 여래장으로서 생멸이 없는 자리이니라.
아난아, 너는 마음이 거칠고 들떠서 보고 듣고 밝히고 아는 작용이 여래장인 줄을 깨닫지 못하고 있느니라. 너는 마땅히 이 여섯 곳의 인식하는 마음을 살펴보아라. 같겠느냐, 다르겠느냐? 공하겠느냐, 있겠느냐?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겠느냐, 공하지도 않고 있지도 않겠느냐?
너는 원래 여래장 가운데 성품이 인식인 밝게 아는 작용과 깨달음의 밝음인 진실한 인식을 모르고 있느니라. 묘한 깨달음이 고요하여 법계에 두루 원만해서 시방 허공을 머금고 토하는데, 어찌 따로 생기는 장소가 있겠느냐?
업을 좇아서 출현하는 것을 세상 사람들은 무지하여 인연과 자연의 본질로 잘못 알고 있느니라. 이것은 모두 이 인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여 헤아리는 작용이니, 단지 말만 있을 뿐, 전혀 진실한 뜻이 없느니라.”

이때 아난과 모든 대중은 여래의 미묘한 가르침을 받고 몸과 마음이 텅 비어 걸림 없는 경지에 들었다. 
모든 대중은 각각 스스로 마음이 시방에 두루 원만해져서 시방 허공을 보니, 마치 손바닥 안에 든 잎사귀를 보는 듯하였다. 일체 세상의 온갖 물상들이 모두 다 깨달음의 묘하게 밝은 원래의 마음과 일치하니, 마음이 정기가 두루 원만하여 시방을 두루 다 싸안았다. 이 경지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몸을 되돌아보니, 저 시방 허공 가운데 작은 티끌이 있는 듯 없는 듯 나부끼는 것과 같았으며, 맑고 넓은 바다에 흐르는 한 물거품이 온 곳 없이 일고 꺼지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스스로 분명하게 알고 본래 묘한 마음이 영원히 머물러 멸하지 않는 법을 얻게 되자,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합장하여 처음으로 얻은 법의 고마움을 여래 앞에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묘하고 고요한 총지로써 흔들림없으신 세존이시여
수능엄왕은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법입니다.
억겁 동안 전도된 잘못된 생각을 말끔히 씻어내시어
아승기겁 오랜기간 밟지 않고 법신을 얻게 하셨습니다.
저도 이제 거룩한 과위를 얻고 성불한 뒤에
다시 돌아와 한량없는 중생을 건지려 합니다.
이 깊은 마음으로 많은 부처님들을 받들어서
그 무거운 부처님의 은혜를 갚으려 하옵니다.
엎드려 세존께 청하오니 증명하여 주옵소서.
굳은 서원으로 오탁악세에 먼저 들어가서
만일 한 중생이라도 성불하지 못한다면
열반에 들지 않고 끝까지 교화하려 합니다.
큰 용맹이시여 큰 힘이시여 큰 자비시여
더욱 깊이 살피시어 미세번뇌 끊게 하여
보다 일찍 깨달음의 정상에 오르게 하고
시방법계의 도량에서 교화토록 하옵소서.
끝없이 넓은 허공 다하여 없어진다 해도
금강처럼 견고한 마음 흔들리지 않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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