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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음욕, 살생, 투도, 거짓말을 금하라

 


아난은 옷을 바르고 대중 가운데서 합장하고 이마를 조아려 예를 올리면서 마음과 향할 길이 뚜렷이 밝은 가운데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였다. 미래의 중생들에게 이익을 베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 숙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이미 성불하는 가르침을 깨달았으니, 이 법으로 수행하는 데 아무런 의혹이 없습니다.
저는 항상 여래로부터 '자신은 아직 해탈하지 못했으나 남을 먼저 해탈시키려는 것은 보살이 발심(發心)이며, 자신이 이미 원만하게 깨달아서 남을 깨우치는 것은 여래가 세상에 순응(順應)하는 행이니라'는 말씀을 들어왔습니다. 제가 비록 아직 해탈하지 못했으나, 말세의 일체중생을 제도(濟度)하고 싶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중생들이 부처님과 점차 더 멀어져서 삿된 스승의 설법이 항하의 모래처럼 많아질 때, 그 마음을 거둬들여 삼매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도량을 안전하게 설치해야만 온갖 마군의 장애를 멀리 벗어나서 깨달음의 마음이 물러나지 않겠습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아난을 칭찬하시면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다. 네가 물은 바와 같이 도량을 안전하게 설치하여 생사에 잠길 말겁의 중생들을 구제하려면,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설하리라.”
아난과 대중은 '예'라고 대답하고 가르침을 받들고자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항상 들어온 바와 같이 나는 계율에서 수행해야 할 세 가지 결정된 뜻을 설해왔다. 이른바 마음을 거둬들이는 계(戒)와 계에서 생기는 정(定)과 정에서 일어나는 혜(慧)이니, 이를 삼무루학(三無漏學)이라고 한다.
아난아, 어째서 내가 마음을 거둬들이는 수행을 계라고 했겠느냐?
만일 모든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이 그 마음에 음욕이 없으면, 생사를 따라 상속하지 않느니라.
네가 삼매를 닦는 뜻은 본래 번뇌에서 벗어나려는 데 있으나, 음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지혜가 많고 선정이 앞에 나타날지라도, 음행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마의 길에 떨어져서, 상품(上品)은 마왕이 되고 중품은 마의 백성이 되고 하품(下品)은 마의 여자가 된다. 저 온갖 마군들도 각기 거느린 무리가 있어서, 스스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뤘다고 하느니라.
내가 열반한 뒤 말법에는 이 마의 백성들이 세상에 치성하여 음욕을 자행하면서 선지식이라고 하며, 온갖 중생들을 애욕과 사견의 구덩이에 떨어트려 깨달음의 길을 잃게 하느니라.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매를 닦게 하려면 먼저 마음의 음욕을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첫째로 확고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음행을 끊지 않고 선정을 닦는다면, 모래와 돌을 삶아서 밥을 지으려는 격이니, 백천 겁을 지낼지라도 뜨거운 모래일 뿐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밥의 재료가 아닌 돌과 모래이기 때문이다. 네가 음욕을 행하는 몸으로 부처님의 묘한 과위를 구한다면, 아무리 묘하게 깨달을지라도 모두 음욕의 뿌리이니라. 뿌리가 음욕으로 얽혀 있으면 세 갈래 세상을 굴러다니면서 벗어날 수 없을 텐데, 여래의 열반을 어느 길에서 닦아 증득하겠느냐?
반드시 음욕의 틀을 몸과 마음에서 함께 끊어야 하고 끊었다는 생각까지 없어져야만 부처님의 깨달음을 바랄 수 있느니라.
나의 이러한 말이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마왕파순의 말이니라.

아난아, 또 만일 모든 세계의 육도 윤회하는 중생이 그 마음에 생명을 죽일 생각이 없으면, 생사를 따라 끊임없이 이어져 상속(相續)하지 않느니라.
네가 삼매를 닦는 뜻은 본래 번뇌를 벗어나려는 데 있으나, 죽이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지혜가 많고 선정이 앞에 나타날지라도, 살생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귀신의 길에 떨어져서, 상품(上品)은 큰 힘을 가진 귀신이 되고, 중품은 날아다니는 야차나 귀신의 우두머리가 되고, 하품은 땅에 다니는 나찰이 된다. 저 모든 귀신들도 각기 거느린 무리가 있어서, 스스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뤘다고 하느니라.
내가 열반한 뒤 말법에는 이러한 귀신들이 세상에 성행하여 스스로 '고기를 먹어야 깨달음의 길을 얻는다'고 말하리라. 

[아난아, 나는 비구들에게 다섯 가지 깨끗한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허락하였으나, 이 고기들은 모두 다 나의 신통력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본래 생명이 없었느니라. 너희 바라문들이 살고 있는 곳은, 땅이 찌는 듯이 덥고 습기가 심한 데다 돌과 모래가 많아서, 풀이나 채소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대자비의 신통력으로 가피를 내려 큰 자비의 방편으로 고기라고 하니, 너희들은 그 맛을 보았을 뿐인데, 이 여래가 열반한 뒤에 중생의 고기를 먹는 사람을 어찌 나의 제자라고 하겠느냐?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고기를 먹는 사람이 비록 삼매를 얻은 듯 마음이 환하게 열릴지라도, 이들은 다 대나찰들로서, 과보가 끝나면 반드시 생사고해에 빠질 자들이요, 불제자가 아니니라. 이러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서로 죽이고 서로 삼키고 서로 잡아먹기를 그치지 않으니, 어찌 이런 사람들이 3계에서 벗어날 수 있겠느냐?]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매를 닦게 하려면, 음욕 다음에 살생을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두 번째로 확고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살생을 끊지 않고 선정을 닦는다면, 마치 제 귀를 막고 큰 소리치면서 남이 듣지 않기를 바라는 격이니, 이를 '숨기려고 할수록 더욱 드러내는 짓'이라고 한다. 청정 비구와 보살들은 좁은 길을 지날 때도 살아있는 풀을 밟지 않는데, 더욱이 손으로 뽑겠느냐? 또 어찌 중생을 가엾게 여기는 보살이 중생들의 피와 고기를 취해서 음식으로 여겨 배를 채우겠느냐? 
만일 비구들이 동쪽 나라에서 나는 명주실과 솜과 비단 등으로 짠 옷을 입지 않으며, 이 지방에서 나는 가죽 신발을 신지 않으며, 짐승의 털과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지 않으며, 짐승의 젖과 젖으로 만든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 이러한 비구들은 세상을 진실하게 해탈하여 지난 세상의 빚을 갚고 삼계(三界)에서 떠돌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다른 몸의 가죽 등을 입으면 다 그들과 인연을 맺기 때문이다. 마치 겁 초의 사람들이 그 땅에서 나는 온갖 곡식을 먹다가 발이 땅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와 같으니라.
반드시 몸과 마음으로 모든 중생의 몸이나 몸의 몫을 몸과 마음의 두 길에서 입거나 먹지 않도록 단속한다면 나는 이 사람들을 진정한 해탈자라고 하리라.
나의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마왕 파순의 말이니라.

아난아, 만일 모든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이 그 마음에 훔칠 뜻이 없으면, 생사를 따라 상속하지 않느니라.
네가 삼매를 닦는 뜻은 본래 번뇌를 벗어나려는 것이나, 훔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다면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록 지혜가 많고 선정이 앞에 나타날지라도, 훔치는 생각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삿된 길에 떨어져서, 상품은 정령이 되고 중품은 요망한 도깨비가 되고 하품은 삿된 사람이나 온갖 도깨비에 홀린 자가 된다. 저 여러 삿된 자들도 각기 거느린 무리가 있어서, 스스로 더없이 높은 도를 이뤘다고 하느니라.
내가 열반한 뒤 말법에는 이러한 요망한 삿된 무리들이 세상에 성행하여, 몰래 숨기는 간사한 속임수로 선지식이라 칭하여, 각기 스스로 훌륭한 사람의 법을 얻었노라 하면서, 무식한 사람을 현혹시켜서 두려움으로 마음을 잃게 하고 지나는 곳마다 그 집안의 재산을 탕진시키느니라. 내가 비구들에게 법에 따라 걸식하도록 가르친 까닭은, 탐욕을 버리고 깨달음의 도를 성취시키려는 뜻이며, 또 비구들이 스스로 음식을 익혀 먹지 않도록 한 것도, 남은 생을 3계에 머물다가, 한 번만 왕래하여 가고 나면 되돌아오지 않음을 보이려는 뜻이다. 그런데 어찌 도적이 나의 의복으로 위장하여 여래를 팔아 여러 가지 나쁜 업을 지으면서 모두 불법이라 하고, 출가하여 계를 갖춘 비구들을 소승의 수행이라고 비방하다가, 이로 인하여 한량없는 중생을 미혹케하고 그르쳐서 무간지옥에 떨어지게 하겠느냐?

만일 내가 열반한 뒤에 만일 어떤 비구가 발심하여 뜻을 결정하고 삼매를 닦으면서, 여래의 형상 앞에서 한 등불로 몸을 태우거나, 한 손가락을 태우거나, 향 하나로 몸을 태운다면, 나는 이 사람은 한량없는 지난 세상의 빚을 일시에 갚고 길이 세상을 하직하여, 영원히 온갖 번뇌를 해탈하리라고 설할 것이며, 비록 그 자리에서 더없이 높은 깨달음의 길을 밝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사람은 그 보리법에 이미 마음을 결정했다고 하리라. 만일 이렇게 몸을 버리는 작은 인연이라도 맺지 않는다면, 비록 무위법(無爲法)을 성취할지라도, 반드시 인간으로 환생하여 그 묵은 빚을 갚게 되니, 바로 내가 말먹이 깨달음을 먹은 일과 다르지 않으리라.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매를 닦게 하려면 음욕과 살생 다음으로 훔치는 마음을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세 번째로 확고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훔치는 마음을 끊지 않고 선정을 닦는다면, 마치 어떤 사람이 새는 바가지에 물을 부어 채우려고 하나, 오랜 겁을 지내도 끝내 가득 채울 수 없는 것과 같으리라. 만일 비구들이 가사와 발우 외에 조금도 재물을 쌓아두지 않고, 얻은 밥을 남겨서 주린 중생에게 베풀거나,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서 합장하여 대중에게 예배하거나, 다른 사람이 때리고 욕해도 칭찬으로 받아들이면서, 반드시 몸과 마음을 다 버리고 몸과 살과 뼈와 피를 중생과 함께하고, 여래의 불요의설(不了義說)을 자기 뜻대로 해석하여 초심자를 잘못 가르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사람을 인가하여 진정한 삼매를 얻었다고 하리라.
나의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마왕 파순의 말이니라.

아난아, 이러한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이 비록 몸과 마음이 살생과 투도와 음욕에서 벗어나와 세 가지 행이 이미 원만할지라도, 만일 큰 거짓말을 자행하면, 삼매가 청정하지 못하여 애욕과 사견(邪見)의 마구니로 변해서 여래의 종자를 잃게 되리라. 큰 거짓말이란 이른바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하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했다'고 부풀리는 말이니라.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 위하여 앞사람에게 '나는 지금 수다원과와 사다함과와 아나함과와 아라한도와 벽지불승과 십지(十地) 이전의 보살 지위를 얻었노라'고 하면서, 상대에게 예배와 참회를 바라고 공양을 탐내는 행위이니라. 이 일천제는 깨달음의 종자를 마치 칼로 다라 나무 베어내듯 소멸시켰으니, 나는 이런 사람을 '영원히 선근을 죽이고 더 이상 지견이 없어서, 삼악도의 고통바다에 잠기기만 할 뿐, 삼매를 이루지 못할 자'라고 단언하리라.
나는 보살과 아라한들에게 명하여 '너희들은 내가 열반한 뒤 응신으로 말법 세상에 태어나서 가지가지 형상을 나타내어 생사의 윤회에서 헤매는 중생을 제도하라. 때에 따라 사문과 세속의 거사와 왕과 재상과 동남과 동녀로부터, 음녀와 과부와 간사한 도둑과 백정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여, 그들과 같은 일을 하고 부처님되는 수행을 찬양하여 그들의 몸과 마음을 삼매에 들게 하라. 
그러나 오직 임종할 무렵, 남몰래 유언할 때를 제외하고는 끝내 스스로 나는 진실한 보살이다. 진실한 아라한이다라고 말하여, 초심자에게 부처님의 밀인(密印)을 가볍게 누설시키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으니, 어찌 이런 사람들이 중생을 어지럽게 미혹시키는 대망어(大妄語)를 저지르겠느냐?
네가 세상 사람들을 교화하여 삼매를 닦게 하려면 음욕과 살생과 투도 다음으로 또 온갖 대망어를 끊게 해야 한다. 이것이 이 여래와 이전 세존께서 네 번째로 확고한 청정하고 밝은 가르침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만일 대망어를 끊지 않는다면, 마치 인분을 깎아서 전단나무의 모양을 만들어 놓고 향내 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이치에 맞지 않는 행이니라. 나는 비구들에게 '곧은 마음이 바로 도량'이라고 가르쳐 왔기 때문에, 비구들은 다니고 머물고 앉고 눕는 일체 행에 조금도 허망한 거짓이 없는데, 어찌 위대한 사람의 법을 얻었노라고 하겠느냐? 헐벗은 거지가 제왕을 사칭하다가 스스로 죽음을 취하는 것과 같은데, 더욱이 어찌 감히 법왕의 이름을 훔치겠느냐? 수행의 첫 자리가 진실하지 못하면 과위도 구부러진 것을 부른다. 진실하지 못한 행으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려고 한다면 배꼽을 씹으려는 사람과 같으니, 무엇이 이뤄지기를 바라겠느냐?
만일 비구들의 마음이 활줄처럼 곧다면 일체가 진실하여 삼매에 들어가도 영원히 마구니의 장애가 없으리라. 나는 이 사람에게 '보살의 더없이 높은 깨달음을 성취할 자라고 인가하리라.
나의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며, 이와 다른 말은 마왕 파순의 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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