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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가귀감 서
禪家龜鑑 序


옛적에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부처님 말씀이 아니면 말하지 않고
부처님 행이 아니면 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보배라 여긴 것은 오직 대장경의 말씀뿐이었다.
古之學佛者 非佛之言 不言, 非佛之行 不行也。 故 所寶者가 惟 貝葉의 靈文而已。


조선후기 오늘날에 불교를 배우는 사람들은
돌려가며 외우는 것마다 사대부 문장이요
구해가며 지니는 것마다 사대부 시구이다.
거기에다 알록달록 색칠하고 고운 비단으로 꾸미면서
아무리 많아도 부족하다 여기고 지보로 삼으니
아!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두 불교를 배운다면서
어찌 보배로 삼는 것은 이다지도 다르단 말인가.
今之 學佛者 傳而誦則 士大夫之 句, 乞而持則 士大夫之 詩。
至於 紅綠 色其紙, 美錦 粧其軸, 多多不足 以爲至寶,
吁! 何 古今學佛者之 不同寶也。


산승은 비록 부족하나마
옛 사람들의 배움에 뜻을 두어
대장경의 거룩한 말씀만을 보배로 삼는 것이다.
余 雖不肖 有 志於古之學 以 貝葉 靈文 爲寶也。


그러나 그 문장은 오히려 복잡하고
대장경의 바다같은 말씀은 드넓으니,
훗날에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가지를 헤쳐가며 잎을 따는 수고로움을 면치 못할까하여
말씀 가운데 중요하고도 간절한 것들을 몇 가지 추려 한 장에 적으니,
문장은 간략하여도 의미는 고루 갖추었다 할 만하다.
然 其文尙繁 藏海 汪洋, 後之同志者 頗 不免 摘葉之勞, 故 文中 撮 其 要且切者 數百語 書于一紙, 可謂 文簡而 義周也。


여기 가르침을 엄한 스승 삼아 궁구하되
묘한 도리 깨닫게 되면
마디 마디에 석가세존께서 살아나시리니
어찌 힘쓰지 않겠는가!
如 以此語 以爲嚴師 而硏窮, 得妙則 句句 活釋迦存焉, 勉乎哉。


그럼에도
문자를 떠난 한 마디 말과
모양 밖의 기이한 보배를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특별한 근기를 기다릴 뿐이다.
雖然 離 文字一句 格外奇寶 非不用也, 且將以待別機也。


가정 갑자년 (1564년) 여름
청허당 백화도인 (서산대사) 씀
嘉靖 甲子 夏
淸虛堂 白華道人 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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