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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배움이 도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하고
보고 들은 것을 뽐을내어 자랑하거나
한갓 말재주만으로 서로 이기려 함은
변소간을 화려하게 칠하는 것과 같다. 
學 未至於道 衒耀見聞 徒以口舌辯利 相勝者 如厠屋塗丹雘。

{56}
출가한 사람이 유가 도가 등의 외전을 익히는 것은
마치 칼로 진흙을 베는 것과 같아서,
진흙은 쓸데도 없는데 칼만 망가진다.
出家人 習外典 如以刀割泥, 泥無所用而 刀自傷焉。

{57}
출가하여 스님이 되는 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몸뚱이의 편안함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등 따시고 배부르길 원하는 것도 아니며
명성이나 이익을 구하는 것도 아니다.
생사를 벗기 위함이며
번뇌를 끊기 위함이며
부처님의 혜명을 잇기 위함이며,
삼계를 벗어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다.
出家爲僧 豈細事乎。 非求安逸也 非求溫飽也 非求利名也。 爲生死也 爲斷煩惱也 爲續佛慧命也 爲出三界 度衆生也。

{58}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덧없이 무상한 불꽃이 온 세상을 불태우는구나.
또 말씀하셨다.
중생들의 고통의 불길이 사방에서 동시에 타오르는구나.
또 말씀하셨다.
온갖 번뇌의 도적들이 남을 해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구나.
도 닦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스스로를 경책하여 깨우치기를
머리에 붙은 불 끄듯 하라.
佛云, 無常之火 燒諸世間。 又云, 衆生苦火 四面俱焚。 又云, 諸煩惱賊 常伺殺人。 道人 宜自警悟 如救頭燃。

{59}
세상의 헛된 명성을 탐하는 것은
보람도 없이 고생만 하는 셈이요 
세간의 이익을 꾀어 구하는 것은
업화의 불길에 땔감을 더한다.
貪世浮名 枉功勞形 營求世利 業火加薪。

{60}
명예와 이익을 찾는 납자는
풀옷 걸친 야만인만 못하다.
名利衲子 不如 草衣野人。

{61}
경전에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도적들이 우리 법복 가사를 빌려
여래를 팔아서 가지가지 업을 짓고 있는가.
佛云, 云何賊人 假我衣服 裨販如來 造種種業。

{62}
아! 불자들이여.
한 벌의 옷과 한 끼 식사가
농부의 피땀과 베짜는 아낙의 고통 아닌 것이 없거늘,
도 닦는 안목은 밝히지도 못하고
어찌 마음 편히 받아서 쓰겠는가? 
於戱! 佛子, 一衣一食 莫非 農夫之血 織女之苦, 道眼未明 如何消得。

{63}
그러므로 말하였다.
털가죽 뒤집어 쓰고 뿔을 달고 있는 짐승이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지금 신도님들이 주는 것을 거져 받아먹는 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배고프지 않아도 먹고 춥지 않아도 껴입으니
이것은 정말 무슨 심보인가.
눈앞의 즐거움이 바로 다음 생의 고통임을 도무지 생각치 않는구나.
故曰, 要識 披毛戴角底麽。 
卽今 虛受信施者。 是有人 未飢而食 未寒而衣, 是 誠何心哉。 
都不思 目前之樂 便是 身後之苦 也。

{64}
그러므로 말하였다.
차라리 뜨거운 쇠를 몸에 두를지언정 신심있는 사람이 주는 옷을 받지 않으며,
차라리 구리물을 입에 퍼부을지언정 신심있는 사람이 주는 음식을 받지 않으며,
차라리 쇳물 끓는 가마솥에 뛰어들지언정 신심있는 사람이 주는 집을 받지 말라.
故曰, 寧以 熱鐵纏身 不受 信心人衣, 寧以 洋銅灌口 不受 信心人食, 寧以 鐵鑊投身 不受 信心人房舍等。

{65}
그러므로 말하였다.
도닦는 사람은
음식을 먹음에 독약 먹듯하고,
시주물 받음에 화살 받듯하라.
후한 공양과 듣기 좋은 말은 도닦는 사람이 두려워 해야 할 것이다.
故曰, 道人 進食 如進毒 受施 如受箭, 幣厚言甘 道人所畏。

{66}
그러므로 말하였다.
도 닦는 사람은 한 덩이 숫돌과 같다.
장 서방도 와서 갈고, 이 생원도 와서 갈아대니
온갖 사람들이 끊임없이 갈러 와서 갈고 가니
다른 사람 칼은 속 시원히 좋게하되
자기 집 숫돌은 점점 닳아 없어진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은
남들이 제 숫돌위에서 갈러 오지 않는다고
도리어 역정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故曰, 修道之人 如一塊磨刀之石。 張三也來磨 李四也來磨, 磨來磨去, 別人刀快 而自家石漸消。 然 有人 更嫌 他人 不來我石上磨, 實爲可惜。

{67}
그러므로 옛 말에도 이런말이 있다.
삼악도의 고통은 고통도 아니다. 
가사를 걸치고도 다음 생에 사람 몸 잃는 것이야말로 진짜 고통이다.
故 古語亦有之曰, 三途苦 未是苦, 袈裟下 失人身 始是苦也。

{68}
우습구나! 이 몸뚱이여.
아홉 구멍에서는 언제나 더러운 것이 흐르고, 
백천가지 세균 덩어리에 한 겹 얇은 가죽 뒤집어 썼구나.
또한 말하였다.
가죽 주머니에는 똥이 가득하고, 피고름 뭉치라.
구린내 나는데 더러움에 더러움을 더하였으니
탐내고 아낄 것도 없다.
하물며 백년 평생을 잘 길러보아도
호흡 한번에 은혜를 저버리고 죽는 몸뚱이를 어쩌겠는가.
咄哉! 此身, 九孔常流 百千癰疽 一片薄皮。 
又云, 革囊 盛糞 膿血之聚, 臭穢可鄙 無貪惜之, 何況 百年將養 一息背恩。

{69}
허물이 있으면 참회하고
업을 일으키면 부끄러워 함이
또 대장부의 기상이요,
거듭 허물을 고쳐 자신을 새로이 하면
온갖 죄업들은 마음따라 없어지리라.
有罪即懺悔 發業即慚愧 有丈夫氣象, 又改過自新 罪隨心滅。

{70}
도 닦는 사람은 마땅히 마음을 단정히 하고, 곧음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한 벌의 바루와 한 벌의 승복이면 나그네처럼 어디를 다녀도 걸림이 없다.
道人 宜應端心 以質直爲本, 一瓢一衲 旅泊無累。

{71}
범부는 마주한 경계를 잡으려하고
도인은 그순간 마음을 잡으려하니,
경계와 마음, 모두를 잊어버려야 이것이 참다운 수행법이다.
凡夫取境 道人取心, 心境兩忘 乃是眞法。

{72}
성문은 숲속에 편안히 앉아서도 마왕에게 붙들리고,
보살은 세간을 노닐어도 외도나 마군이 찾지 못한다.
聲聞 宴坐林中 被魔王捉, 菩薩 遊戱世間 外魔不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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