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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무릇, 도학자는 먼저 여러 종파의 방법을 제대로 구분할수 있어야 한다.
옛날 마조선사가 한번 ‘할!’하고 고함치니
백장선사 귀가 멀고 황벽선사 혀가 빠졌다.
한번의 이 ‘할’이야말로 부처님께서 꽃을 드신 소식이며,
또한 달마대사께서 서쪽에서 처음 오셨다는 본래면목이다.
아! 이것이 임제종의 연원이구나.
大抵 學者 先須 詳辨宗途。 昔 馬祖一喝也, 百丈耳䏊 黃蘗吐舌。 
這一喝 便是 拈花消息 亦是達摩 初來底面目。 吁! 此 臨濟宗之淵源。

대강 조사선의 종파 갈래는 다섯이 있으니,
임제종, 조동종, 운문종, 위앙종, 법안종이다.
大凡 祖師宗途 有五, 曰臨濟宗 曰曹洞宗 曰雲門宗 曰潙仰宗 曰法眼宗。

{79 임제종}
근본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부터
33대 육조 혜능대사 이후 직계로 전해지니,
남악회양, 마조도일, 백장회해, 황벽희운, 임제의현, 황화존장, 남원도옹, 풍혈연소, 수산성념, 분양선소, 자명초원, 양기방회, 백운수단, 오조법연, 원오극근, 경산종고 선사 등이다.
本師 釋迦佛 至三十三世 六祖慧能 大師下直傳, 曰南嶽懷讓 曰馬祖道一 曰百丈懷海 曰黃蘗希運 曰臨濟義玄 曰興化存奬 曰南院道顒 曰風穴延沼 曰首山省念 曰汾陽善昭 曰慈明椘圓 曰楊歧方會 曰白雲守端 曰五祖法演 曰圓悟克勤 曰徑山宗杲 禪師等。

{80 조동종}
육조 혜능대사 이후 방계로 전해지니,
청원행사, 석두희천, 약산유엄, 운암당성, 동산양개, 조산탐장, 운거도웅 선사 등이다.
六祖下傍傳, 曰靑原行思 曰石頭希遷 曰藥山惟儼 曰雲巖曇晟 曰洞山良价 曰曹山耽章 曰雲居道膺 禪師等。

{81 운문종}
마조도일 선사 이후 방계로 전하니,
천황도오, 용담숭산, 덕산선감, 설봉의존, 운문문언, 설두중현, 천의의회 선사 등이다.
馬祖傍傳, 曰天王道悟 曰龍潭崇信 曰德山宣鑑 曰雪峯義存 曰雲門文偃 曰雪竇重顯 曰天衣義懷 禪師等。

{82 위앙종}
백장회해 선사 이후 방계로 전하니,
위산영우, 앙산혜적, 향엄지한, 남탑광용, 파초혜청, 곽산경통, 무착문휘 선사 등이다.
百丈傍傳, 曰潙山靈祐 曰仰山慧寂 曰香嚴智閑 曰南塔光涌 曰芭蕉慧淸 曰霍山景通 曰無著文喜 禪師等。

{83 법안종}
설봉의존 선사 이후 방계로 전하니,
현사사비, 지장계침, 법안문익, 천태덕소, 영명연수, 용제소수, 남대수안 선사 등이다.
雪峯傍傳, 曰玄沙師備 曰地藏桂琛 曰法眼文益 曰天台德韶 曰永明延壽 曰龍濟紹修 曰南臺守安 禪師等。



{84 임제종의 가풍}
임제종의 가풍은
맨 손에 쥔 칼 한 자루로
참선 수행중에 나타나는 부처도 죽이고 조사도 죽인다.
臨濟家風 赤手單刀 殺佛殺祖。

고금의 삼현삼요*를 두루 갖추어, 학인들을 지도하며
스승과 학인 무리에서 누가 뛰어난 용인지 평범한 뱀인지 가려낸다. 
금강석의 날카로운 보검을 손에쥐고
나무에 붙어사는 도깨비를 쓸어내듯
심지에 붙어있는 분별망상을 쓸어낸다.
사자가 한번 포효하여 위엄을 떨침에
여우와 살쾡이 간담 벼락처럼 찢어발기듯
대장부 기상으로 마구니와 온갖 경계 남김없이 물리친다.
辨古今於玄要 驗龍蛇於主賓。 操 金剛寶劒 掃除 竹木精靈, 奮 獅子全威 震裂 狐狸心膽。

임제의 종지를 알겠는가.
마른 하늘에 벼락을 내리꽂고
평탄한 땅에 물결을 이는구나.
要識 臨濟宗麽, 靑天轟霹靂 平地起波濤。

{85 조동종의 가풍}
조동종 가풍은
방편으로 오위를 열어 상중하 세 근기에 적절하게 응대한다.
曹洞家風 權開五位 善接三根。
보검을 마음대로 빼어들어 온갖 소견으로 빽빽한 숲을 베어내어,
크게 통하도록 신묘하게 도와 온갖 근기에 따라 천착된 바를 끊어낸다. 
위음왕불과 나반존자께서 출현하기도 전에 펼쳐진 까마득한 빛이며, 
하늘과 땅이 처음 생겨나던 공겁 이전의 호리병 속 별천지 풍광이다. 
橫抽寶劒 斬諸見稠林 妙恊弘通 截萬機穿鑿。 
威音那畔 滿目烟光, 空劫已前 一壺風月。

조동의 종지를 알겠는가.
부처도 조사도 나기 이전, 공겁을 벗어난 소식이니
정위와 편위가 유 무의 틀에 떨어지지 않는구나.
要識 曹洞宗麽, 佛祖未生空劫外 正偏不落有無機。

{86 운문종의 가풍}
운문종 가풍은
칼 끝에 길이 있고 철벽에 문이 없다.
雲門家風 劒鋒有路 鐵壁無門。

온 천하의 갈등 흔들어 엎어버리고, 
고만고만한 견해들 싹둑 잘라낸다.
번쩍이는 번갯불 미처 헤아리지 못하고
거센 불꽃속에 어찌 뛰어들 수 있겠는가.
掀翻 露布葛藤 剪却常情見解, 迅電不及思量 烈焰寧容湊泊。

운문의 종지를 알겠는가.
주장자 하늘 위로 번쩍 솟구치고 
술잔 속 여러 부처님 법을 설하네.
要識 雲門宗麽, 柱杖子勃跳上天 盞子裏諸佛說法。

{87 위앙종의 가풍}
위앙종 가풍은
스승이 부르니 제자가 화답하여,
아버지와 아들이 일가를 이룬 격이다. 
潙仰家風 師資唱和 父子一家。

옆구리에는 글자를 새기고, 머리에는 뿔이 솟았다. 
선실에서 학인들 시험하니 사자허리마저 끊어진다.
사구백비* 다 벗어나 몽둥이질 한방에 쳐부순다.
입은 둘인데 혀 하나 없이도 아홉 구비 굽은 구슬 잘도 꿴다.
脇下書字 頭角崢嶸 室中驗人 獅子腰折, 離四句 絕百非 一搥粉碎, 有兩口 無一舌 九曲珠通 。

위앙의 종지를 알겠는가.
동강난 비석 옛 길에 나 뒹굴고,
무쇠 소는 작은 집에서 잠을 자네.
要識 潙仰宗麽, 斷碑橫古路 鐵牛眠少室。

{88 법안종의 가풍}
법안종 가풍은
말 속에 여운이 있고, 글 속에 칼날이 숨었다.
法眼家風 言中有響 句裏藏鋒。

번뇌습기 바짝 마른 해골박으로 언제나 세계와 맞서고 
대장부의 콧구멍으로 뼛골까지 갈아대는 가풍이라.
흔들리는 나뭇가지, 달빛앉은 물결 위로 참 마음 드러내니
비취색 대죽 황금색 국화 미묘한 법 밝히는구나.
髑髏 常干世界 鼻孔 磨觸家風, 風柯月渚 顯露眞心, 翠竹黃花 宣明妙法。

법안종을 알겠는가?
바람불어 조각구름 고개너머 날려보내고
달 그림자 물결되어 다리 아래 지나가네.
要識 法眼宗麽, 風送斷雲歸嶺去 月和流水過橋來。

 

사구백비四句百非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관련된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며 논지를 전개하는데, 네 가지 형식을 따른다. 긍정[有], 부정[無], 부분긍정 부분부정[亦有亦無], 양자부정[非有非無]의 사유분별이 그것이다. 그러나, 궁극적 이치는 사구의 논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설령 사구를 벗어나 백번의 부정[百非]은 거듭하더라도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진리이다.
언어로 뱉어지는 순간 이미 상견이며, 언어를 벗어낫다고 하는 순간 단견이기 때문이다.
궁극적 이치는 사구백비를 비롯한 온갖 분별을 떠난 자리에서 저절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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